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SNT그룹 차량용 부품 계열사인 SNT다이내믹스가 올해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전차와 자주포 수출을 본격화면서 변속기를 납품하는 SNT다이내믹스가 덩달아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NT다이내믹스가 자동차 부품사로는 이례적으로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호실적보다는 충당부채 환입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 차량·방산용 변속기 생산, K9 자주포·K2 전차 탑재…추가 수주 '기대감'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NT다이내믹스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4228억원과 영업이익 8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155.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32.4% 늘어난 774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SNT다이내믹스의 실적 성장은 방산부문에서 기인했다. 기존에 수주한 방산용 변속기 생산이 증가하면서 외형과 수익의 동반 성장을 이끈 것이다. 이 회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국내 고객사에 방산용 변속기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예컨대 SNT다이내믹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K9 자주포에 장착되는 변속기조립체 등을 납품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8월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212문에 대한 1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계약에 따른 후속 절차로 SNT다이내믹스와 총 4786억원 규모의 물품 구매 계약을 맺었다. K9 자주포는 올해 2분기부터 인도를 시작했다.
SNT다이내믹스 수주잔고의 실적 전환에 속도가 붙은 데다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컨센서스 달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7월 루마니아 국방부와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집트로 수출하는 K9 자주포의 경우 올해 4분기부터 SNT다이내믹스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4차 양산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K2 전차 4차 양산에 국산 변속기 탑재를 확정했고, SNT다이내믹스가 최대 수혜를 입게 됐다. 방추위는 2차 양산 당시 SNT다이내믹스의 변속기 탑재를 고려했으나, 내구성 이슈로 독일산 변속기를 탑재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SNT다이내믹스의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000억원,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8000억원을 상회하는 연간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2010년의 637억원이다. SNT다이내믹스가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에 부합하는 성적을 받을 경우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게 되는 것이다.
◆ K2전차 관련 소송, 2년 만에 종결…충당금 환입 일시적 요인
SNT다이내믹스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 20.6%와 순이익률 18.3%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제조업은 이익률이 낮다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더군다나 부품사의 경우 고객사의 납품 단가 인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지는 수치다. 이는 수주 호황에 따른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충당부채'라는 회계적 이익이 반영된 결과다.
SNT다이내믹스는 올 3분기 누적 판매비와판관비(판관비) 항목이 마이너스(-) 191억원을 기록했다. 판관비는 인건비와 교통비, 광고비, 수수료 등 각종 영업비용을 의미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필연적으로 소모할 수밖에 없는 계정이기 때문에 음수를 내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는 SNT다이내믹스가 올 상반기 중 환입한 충당부채 425억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충당부채는 장부 상 부채로 계상되지만, 향후 실질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이다.
SNT다이내믹스가 환입시킨 충당부채는 현대로템과 진행해 온 지체상금 소송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 지체상금은 계약 상 공사나 납품 기일을 지키지 못하고 지연된 데 따른 보상금이다.
실제로 SNT다이내믹스는 2021년 현대로템으로부터 지체상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약 2년간 계류 중이던 1심 소송 결과 SNT다이내믹스는 35억원 가량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고, 현대로템과 항소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결과가 확정·종결됐다. 이에 SNT다이내믹스는 비유동기타충당부채로 적립했던 460억원 가운데 판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다시 이입했다.
만약 SNT다이내믹스가 충당부채 환입금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이 회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약 443억원으로 계산된다. 해당 금액으로 추산한 영업이익률은 절반 수준인 10.5%에 그친다.
SNT다이내믹스 관계자는 "K2 전차 관련 소송이 완전히 정리되면서 충당부채를 환입했다"며 "현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방산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NT홀딩스를 최대주주(지분율 42.27%)로 둔 SNT다이내믹스는 1959년 설립된 예화산탄공기총제작소(통일산업)를 모태로 한다. 통일그룹 소속이었으나, 1998년 IMF 외환위기 사태로 부도 처리된 이후 법정관리를 받았다. 그러던 중 2003년 SNT그룹 전신인 삼영으로 인수됐고, 지난해 주주총회를 거쳐 지금의 사명을 갖게 됐다.
SNT다이내믹스의 영위 사업은 크게 운수장비 부문과 기계 부문으로 나뉜다. 특히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하는 운수장비 부문은 상용차용과 방산용이 있다. 주요 고객사는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임러트럭, 타타대우상용차, 현대모비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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