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범한퓨얼셀'이 상장 2년 만에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유 현금이 유동부채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넉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콜옵션을 100% 행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에서 차입 성격이 짙은 자금조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범한퓨얼셀은 최근 1회차 CB를 발행해 13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CB는 범한퓨얼셀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래 2년여 만의 첫 발행이다.
앞서 범한퓨얼셀은 2019년 12월 범한산업으로부터 수소연료전지 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이후 2022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범한퓨얼셀은 차입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범한퓨얼셀은 현금이 넉넉한 상황임에도 CB 발행을 선택해 눈길을 끈다.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범한퓨얼셀이 보유한 현금은 212억원으로, 그 규모는 유동부채(229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60억원 수준이다.
범한퓨얼셀이 CB 발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CB 구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우선 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2년 뒤인 2026년 11월 12일로, 통상적인 수준보다 짧게 설정됐다. 표면·만기이자는 각각 0%, 2%며, 시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없다. 발행자 우위의 조건인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콜옵션이다. 100% 행사가 가능토록 설정됐다. 또 전환청구권보다 콜옵션이 우선되게끔 구성됐다. 콜옵션 통지일은 2025년 10월 23일부터 11월 3일까지며, 매매일은 11월 12일이다. 반면 전환청구권 행사 기간은 2025년 11월 12일부터다.
상환 의지가 돋보이는 발행 구조라는 점에서 사실상 차입 성격이 짙은 자금 조달이라는 분석이다. 범한퓨얼셀 의지에 따라 전액 상환이 가능한 구조라서다. 범한퓨얼셀은 이번 CB 발행을 통해 금융사를 통한 차입보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셈이다.
반면, 채권자들은 최대주주의 높은 지분율과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믿음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주주인 범한산업의 지분율은 이날 기준 51.36%다. 지분 희석을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
범한퓨얼셀은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범한퓨얼셀은 액화수소와 수소모빌리티 사업을 앞둔 상태다. 조달 자금 역시 해당 사업들에 쓰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범한퓨얼셀은 내년부터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액화수소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공장 증설 및 리모델링을 통해 해양·육상 수소모빌리티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범한퓨얼셀은 올해 초 두산건설로부터 1100억원에 대규모 공장을 인수했다.
범한퓨얼셀은 향후 콜옵션 기간이 도래하면 적극적으로 상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범한퓨얼셀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주주 그리고 임직원들의 지분 희석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현재 계획은 콜옵션을 행사해 채무를 전액 상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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