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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거액 배당…호주 모기업만 노난다
이세정 기자
2024.10.11 06:30:20
②카세일즈홀딩스, 2024회계연도 배당수익 391억원…국부유출 지적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기업공개) 시장 조단위 대어로 꼽히던 엔카닷컴(옛 SK엔카닷컴)이 상장을 철회한 지 곧 1년을 맞는다. 2014년 SK㈜의 온라인 중고차 운용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된 엔카닷컴은 2018년 호주 1위 자동차 기업인 카세일즈홀딩스를 최대주주로 맞으며 SK그룹과 이별했고, 2020년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엔카닷컴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발판 삼아 자동차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브랜드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불확실한 증시와 위축된 투심에 밀려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딜사이트는 엔카닷컴의 상장 재추진 계획과 가능성,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제공=엔카닷컴)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한 대신 배당 지급을 재개하며 모기업 챙기기에 나섰다. 엔카닷컴은 그동안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해 왔다. 하지만 상장 시점을 미룬 만큼 미래 주주를 위한 배당 재원을 비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엔카닷컴이 실제 벌어드린 순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을 배당으로 지출한 데다, 이 돈의 대부분을 대주주인 호주 기업이 챙겼다는 점에서 국부 유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 상장 준비, 현금유출 최소화…2020회계연도 이후 배당 재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엔카닷컴은 회계연도(FY) 2024년(2023년 7월~2024년 6월) 기준 주당 930원, 총 391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같은 기간 별도 순이익은 59% 증가한 240억원을 기록했는데, 배당성향이 무려 162.9%에 달하는 '폭탄 배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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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닷컴이 배당을 재개한 것은 2020회계연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엔카닷컴은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급격한 실적 성장을 일궜다. 감염 이슈로 글로벌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멈췄을 뿐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부품난이 발생하면서 신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에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눈을 돌리면서 뜻밖의 호황을 누린 것이다.


(제공=엔카닷컴)

실제로 엔카닷컴의 매출은 2019회계연도 256억원 수준이었으나, 팬데믹이 발생한 이듬해 126.5% 늘어난 579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101억원에서 230억원으로 126.8% 급증했다. 이에 엔카닷컴은 주당 5만2000원, 총 260억원을 배당했다. 호실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최근 5년(FY 2020~2024)간 매출과 영업이익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14%, 5.5%로 나타났다.


하지만 엔카닷컴은 돌연 배당을 중단했는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잉여 현금 활용을 제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한다. 특히 PBR이 높게 평가 받기 위해서는 순자산이 많아야 하는데, 배당가능재원인 이익잉여금 등이 쌓일수록 유리하다. 엔카닷컴의 이익잉여금은 2020회계연도 165억원에서 2023회계연도 740억원으로 4.5배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절차도 의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엔카닷컴의 거액 배당으로 잉여금 규모가 줄어들 경우 심사 과정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거래소는 기업의 과도한 자금 유출로 투자 여력이 축소되거나 장기 성장 잠재력을 감소시킬 가능성, 소액주주의 배당 수익에 미칠 악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엔카닷컴이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황에서 무배당 정책을 고수할 이유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잉여금 전입 속내 '고배당'…호주 모기업, 현금 전부 챙겨


엔카닷컴이 충분한 이익잉여금을 확보해 둔 상황에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킨 점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이는 순이익보다 더 많은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읽힌다.


예컨대 자본거래로 발생한 이익인 자본준비금은 자본전입과 결손금 보전 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해당 계정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길 경우 배당금으로 쓸 수 있다. 엔카닷컴은 올해 5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자본준비금 111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바꾸는 회계처리를 단행했고, 올 9월 배당금을 지급했다. 


엔카닷컴 배당 지급 추이. (그래픽=이동훈 기자)

아울러 엔카닷컴의 상장 재개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배당을 지속 전개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엔카닷컴 모기업인 호주 카세일즈홀딩스가 애초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상장을 기획했지만, 이제는 기대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 만큼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서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사업 규모가 제한됐지만, 2022년 해당 업종 분류가 해제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소매 판매가 가능해졌다. 현대차그룹과 롯데렌탈 등이 줄줄이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기존 사업자들과의 점유율 싸움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엔카닷컴의 경우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만큼 상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상황과 증권시장의 변동성 등을 이유로 결국 상장을 철회했고, 대기업들은 빠르게 중고차 시장 내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문제는 엔카닷컴이 지급한 배당금이 몽땅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엔카닷컴 최대주주는 지분율 99.14%의 카세일즈홀딩스다. 엔카닷컴이 대부분의 매출을 국내 사업으로 올리는 것과 달리, 거액 배당의 수혜는 모두 외국인 투자자에 돌아가는 것이다. 카세일즈홀딩스가 엔카닷컴 주식을 취득한 2014년부터 2024년 회계연도까지 수취한 배당금 총액은 약 822억원 상당이다.


이와 관련해 엔카닷컴 관계자는 "이번 배당은 경영 우선순위와 기타 사항을 고려해 2020년 이후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실시했다"며 "배당 정책의 경우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으며, 비율 역시 기존 기조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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