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더불어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함께 높였다.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고려아연의 가격만 조정해도 충분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회사가 고려아연 경영권에 대한 인수 의사가 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실패해도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지분을 이용해 주주제안 등 회사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26일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역시 가격을 기존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상향조정했다.
회사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고려아연이 지난 24일 2000억원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고려아연이 오는 27일에도 동일 규모의 CP 발행을 예고하자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통해 기존 투자자에게 확실한 투자 차익을 안겨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회사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기습 발표한 직후 전일 종가(70만4000원) 대비 4.6% 오른 73만7000원에서 시작했다. 이후 주가가 떨어져 71만3000원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회사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인상을 발표한 직후에도 주가 상승세가 주춤한 것을 감안하면 고려아연의 매수 가격을 올린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라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단독으로 진행하는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함께 인상했다. 영풍정밀의 경영권을 손에 넣어 고려아연 공개매수 실패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정밀은 상반기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상법에 따르면 지분율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면 주주총회에서 어떤 안건이든 주주제안을 제출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영풍정밀 공개매수로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실패해도 중장기적으로 회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진다.
IB 업계에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획득 및 주주가치 제고 의지가 그만큼 확고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입장에선 영풍정밀을 활용한 MBK파트너스의 견제가 공개매수를 방어했다 하더라도 상당히 성가실 수밖에 없다"며 "MBK파트너스에게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손에 넣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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