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은행장 인선에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옥동 회장의 은행장 시절부터 최측근에서 손발을 맞춘데다 임기 기간 중 확실한 성과까지 거둔 만큼 굳이 은행장 교체 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진 회장과 정 행장의 신뢰 관계를 고려하면 연임은 확정적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정 행장이 연임 기간을 얼마나 부여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진 회장이 은행장 시절 2년의 기본 임기 후 추가 2년의 임기가 더해졌던 것을 고려하면 정 행장도 추가 1년이 아닌 2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정 행장은 1964년생으로 덕원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고객만족센터장과 소비자보호센터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등을 지냈다.
정 부행장이 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유는 진 회장이 은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맡은 이력 때문이다. 진 회장은 당시 은행장 으로 취임한 직후 가장 먼저 실시한 인사가 비서실장과 인사부장 선임이다. 대대적인 개편이 아닌 소폭의 핀셋 인사여서 업계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특히 비서실장은 은행장의 최측근으로 손발이 가장 잘 맞는 인물을 선임하는 것을 고려하면 진 회장의 정 행장에 대한 신임이 이미 두터웠단 점을 알 수 있다.
1년간 비서실장을 지낸 후 정 행장은 진 회장 체제서 주요 요직을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2020년 경영기획그룹 상무로 승진한 뒤 2021년 은행의 경영전략과 재무계획 수립 등을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장 부행장에 올랐다.
지난해 초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에 정 행장이 차기 행장에 선임된 것도 진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 공석으로 인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사를 최대한 서두른 것도 있겠지만, 진 회장의 신임과 지지 없이 이토록 빨리 수장 교체가 이뤄지기 힘들었을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급하게 은행장에 올랐지만 성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취임식도 없이 조용히 은행장에 오른 정 행장은, 내실경영에 집중하면서 리스크 최소화와 고객 만족 향상을 도모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전 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자리에 급하게 오르면서 부담감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올해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진 회장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계열사 CEO들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회사를 이끌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CEO는 재신임하는 진 회장의 인사 기조를 감안하면 정 행장의 연임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 행장이 2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진 회장이 행장 시절, 2년 임기 후 2년 추가 임기를 부여받은 전례도 있다. 계열사 CEO의 중장기적 안목의 책임경영 활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정 행장 역시 연임 시 2년 임기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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