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교보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지위 획득을 위한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8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상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500억원을 수혈받았다. 교보증권의 작년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8773억원으로, 종투사 자격을 얻기 위해선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 이상으로 키워야한다.
하지만 한 소액주주가 교보증권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법원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상법상 다른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교보증권이 적법하게 유상증자를 결정했는지에 대해 입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핵심은 상법 제418조 2항의 단서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다. 상법 제418조는 신주인수권의 내용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2항에서는 회사의 정관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단서 조항을 통해 이 경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경우에 교보생명이 그 대상이다.
13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15민사부는 지난 12일 교보증권 주주 윤모 씨(원고)가 교보증권 박봉권, 이석기 대표(피고)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 무효 소송에 관한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8월31일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상대로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4930만9665주를 발행했다. 이는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한 2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조치다.
원고 측은 교보증권이 교보생명을 상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교보증권 이사회의 의사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교보증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이사회에서 일반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고려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교보증권이) 공시에 밝힌 의사록에는 (논의) 내용 자체는 없고 결론만 공시됐다"며 "피고 측에서 주장하는 것을 보면 제3자배정(유상증자)이 아니라 일반주주 배정도 고려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사회 의사록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1, 2차 신주발행(유상증자)의 목적이 좀 다르다"면서 "(이번 유증이)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신주발행 역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교보증권은 당시 정관규정에 따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기자본 4조원) 인가 기반 조성, 이익창출력 제고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의 목적으로 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또한 회사 경영상 목적 달성 및 배정대상자의 납입능력 등을 고려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제3자배정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 측 변호인은 "의사록은 녹취록 형태로 되어 있지 않다"면서 "(다음 기일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상법 제418조에 근거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일반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항의 단서가 적용된다면 유상증자는 적법한 행위가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입증은 피고 측이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단 제3자배정(유상증자)이 일어나는 순간 (다른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는 법률상 일어나는 것"이라며 "(다른 주주의) 권리 침해가 있으면 신주 발행 무효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법 제418조 2항 단서에 해당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2항 단서에 (이번 경우가) 들어가는지에 대한 입증은 피고가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보증권 측은 지난해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상법 제418조 2항 단서에 해당되는 경우임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변론기일은 내달 24일이다.
상법 제418조 2항은 '회사는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원고 측 변호인은 "금융감독원의 경우 최근 주주가치 침해 사안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내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이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위해서 신주를 발행한 것인지,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는지, 상장회사의 경우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 대주주 배정을 하면서 시가 기준으로만 신주를 발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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