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KH필룩스·건설 등 KH그룹이 쌍방울그룹의 광림에 대한 투자금 100억원을 회수했다. 투자는 광림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당초 광림 CB 투자는 KH필룩스 단독으로 진행됐지만, KH필룩스가 거래정지 후 유동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KH건설에 재매각한 점이 눈에 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림은 최근 제8회차 CB 권면총액 잔액이 없다고 공시했다. 앞서 광림은 지난 2022년 6월 제8회차 CB 100억원을 발행했다. 당시 사채는 원에이엠조합을 대상으로 발행했는데, 원에이엠조합의 최대주주는 KH필룩스(지분 99.99%)다. KH필룩스가 원에이엠조합을 통해 광림 제8회차 CB에 투자한 셈이다.

광림은 KH필룩스가 첫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한 2023년 9월 이전 여러 차례 전환가액을 조정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6차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초기 전환가액은 2001원에서 1081원까지 절반가량 낮아졌다. 이에 주식전환 가능물량은 두 배가량 늘었다. 초기 CB의 주식전환물량은 502만2488주였으나 6차례 리픽싱을 통해 929만6947주까지 증가했다. 

KH필룩스는 풋옵션 행사가능기간(2023년6월 이후)인 같은해 9월 첫 풋옵션을 행사했다. 첫 행사금액은 5억원이었다. 이후 같은해 11월부터 12월까지 대량의 CB를 세 차례 장외매도했다. 이 물량 전체를 KH건설이 매수했다. KH필룩스가 장외매도한 629만472주(68억원 규모)를 KH건설이 모두 받은 것이다. 

당시 주권거래정지와 실적 악화 등으로 자금 회수가 급했던 KH필룩스가 계열사를 동원해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KH필룩스는 지난해 5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 결정을 받았다. 당시 장외매도 무렵인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손손실은 121억원에 달했다. KH필룩스는 KH건설의 2대 주주다.

이후 광림 제8회차 CB는 KH필룩스와 KH건설이 일부씩 나눠가진 상태가 됐다. KH건설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끈 KH필룩스는 잇따라 풋옵션을 행사하며 추가 자금 회수에 나섰다. 광림 CB를 보유한 KH건설도 KH필룩스의 행보와 보조를 맞췄다.

KH필룩스와 KH건설은 지난해 12월과 이달 2일, 9일 추가로 풋옵션을 행사했고, 이달 9일부로 투자금 전액을 회수했다. 이들은 5억4000만원 규모의 사채이자도 챙겼다.

광림 관계자는 "CB 발행 당시 경영상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의 투자의향, 납입능력을 등을 고려해 (KH필룩스를) 선정했었다"며 "사채권자와 상호간 협의에 따른 풋옵션 행사 등으로 100억 전환사채를 모두 상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