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삼성자산운용의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2021년 12월 취임 직전 신임 대표로 내정됐을 때 삼성자산운용에서 내놓은 후보 추천 이유다. 서 대표가 골드만삭스와 삼성증권 등에서 쌓은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ETF 사업 확대에 힘쓸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서 대표는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았다. 국내 ETF 시장 선두를 꾸준히 지켰고 해외 ETF 사업도 성과를 냈다. 그러나 향후 연임에 성공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벌이고 있는 ETF 시장점유율 경쟁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KODEX' 전체 순자산총액은 11일 기준 60조998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ETF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 26곳 가운데 유일하게 ETF 순자산총액 6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국내 첫 ETF 상품을 선보인 이래 시장 선두 자리를 내내 차지했다. 서 대표의 취임 이후에도 국내 ETF 시장점유율 선두를 지키면서 사업영역을 해외로 확장하는 데 힘썼고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
서 대표는 1967년생으로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에서 15년 동안 일했다. 2020년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21년 12월 삼성자산운용 대표에 오르게 됐다. 이때부터 오랜 외국계 증권사 경력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은 서 대표 취임 직후인 2022년 4월 미국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 지분 20%를 사들여 2대 주주가 됐다. 그 뒤 삼성자산운용과 앰플리파이는 서로의 상품을 상대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22년 6월 앰플리파이의 블록체인 ETF 상품인 'BLOK'을 모델로 삼은 '삼성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ETF'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앰플리파이의 'DIVO ETF'를 한국에 맞게 현지화한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 액티브 ETF'를 국내에 선보였다.
연이어 앰플리파이는 2023년 11월 미국 뉴욕 증시에 '앰플리파이 삼성 SOFR ETF'를 상장했다. 앰플리파이 삼성 SOFR ETF는 2023년 4월 국내 최초로 내놓은 'KODEX 미국달러SOFR금리 액티브 ETF'의 상품 구조를 복제한 ETF다.
이 상품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서 대표는 올해 4월 미국 뉴욕 증시 장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벨'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서 대표는 "우리만의 혁신 상품을 세계 ETF 시장에 수출하는 성공 사례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삼성자산운용은 앞으로도 앰플리파이와 협업을 통해 ETF 해외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앰플리파이는 한국과 홍콩, 미국 외에도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삼성자산운용과 협력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서 대표의 임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ETF 시장에서 철옹성을 지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추격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면서 연임을 결정짓는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 취임 직후인 2022년 1월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에서 순자산총액 기준 시장점유율 42.2%를 차지했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35.6%로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가 6.6%포인트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개인투자자 수요를 급속하게 흡수하면서 시장점유율 격차도 좁아졌다. 2024년 7월 11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38.5%,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6.6%로 시장점유율 격차가 1.9%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만약 ETF 시장점유율 1위와 2위가 뒤바뀐다면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서는 2002년 이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선두 자리에서 밀려났다는 충격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2024년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서 대표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서 대표도 시장점유율 경쟁을 염두에 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운용보수 인하가 대표적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ETF 브랜드 광고를 늘리고 4월에는 미국 지수 추종 ETF 상품 4종의 운용보수를 기존 0.09%에서 0.0099%로 인하했다.
얼마 전 AI(인공지능) 관련 전력 설비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ETF와 'KODEX AI전력핵심설비' ETF를 각각 상장하는 등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쉬운 상품 라인업을 확충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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