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의 안전 기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 안전 분야의 통합을 가장 먼저 이룰 것입니다."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만난 유종석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Operation)부문 부사장(CSO)은 힘주어 이 같이 말했다. 유 부사장은 "절대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며 "종합통제센터(OCC) 리노베이션(보수)으로 안전 운항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도 "1990년대 말부터 안전운항에 모든 초점을 맞춰 왔다"며 "현재 2만명의 대한항공 직원들 가운에 약 80%의 인력이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365일 24시간 불은 꺼지지 않는다…지상의 조종실 '종합통제센터'
대한항공은 약 1년여 간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OCC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본사 A동 8층에 위치해 있는 OCC는 330평 공간에 11개 부서, 전문가 총 240여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지난해 12월 최신식 설비를 갖춘 OCC의 문을 새롭게 연 이 곳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기준 ▲여객기 138대 ▲화물기 23대 등 총 161대 항공기를 보유 중이며, 총 39개국 110개 도시에 취항한다. 일평균 항공기 400여편을 운항하는데, OCC는 이 항공기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OCC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이 눈에 띈다. 중앙부의 가장 큰 화면에는 현재 운항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의 항적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왼편으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방송 뉴스 화면이 띄워져 있어 테러, 재난, 자연재해 등 세계 주요 이슈를 확인할 수 있다. 김포·인천국제공항의 지상 트래픽과 램프 운영 현황도 24시간 모니터링 한다.
OCC에는 운항 중인 항공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비정상 상황 시 이 전화기를 통해 운항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 받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날 OCC에서는 뉴욕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고 있는 항공기 조종사와의 교신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김성진 통제운영팀 운항관리사(차장)가 "현재 항로에서 라이트 터뷸런스(난기류)가 예상되니 안전 운항하라"고 말하자, 조종사는 "알겠다"고 답했다. 항공기가 고도 3만8000ft 상공에 떠 있는 상황임에도 생각보다 깨끗한 음질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 총 4개 센터 통합, 빠른 의사결정 가능…'원활한 협업, 최적의 결과'
OCC에는 안전 관련 운항관리센터(FCC)와 정비지원센터(MCC), 탑재관리센터(LCC), 고객서비스 관련 네트워크운영센터(NOC) 등 총 4개의 센터가 모여 있다. 이번 리모델링으로 본사 3층에 있던 정비지원센터가 8층 OCC에 합류했고,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운항관리센터는 항로와 연료, 탑재량, 비행시간을 산출한다. 항공기가 계획대로 운항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운항승무원에게 안전 운항 정보를 지원하는 임무다. 최적의 항로를 구성해 비행시간을 단축하고 연료를 절감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비지원센터에서는 운항 중인 항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정비 기술을 지원하며, 탑재관리센터는 승객 좌석과 화물 탑재 위치를 결정하고 허용 범위 내 항공기 무게 중심을 관리한다. 아울러 네트워크운영센터는 항공기 및 운항·객실승무원 스케줄을 운영한다.
OCC는 ▲소통(Communication) ▲협력(Coordination) ▲협업(Cooperation)이라는 3가지 핵심 기치 아래 운영된다. 안전 운항을 위해서는 운항과 정비, 탑재 등 다양한 부서가 협업해야 하는 만큼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OCC 중앙에 '의사결정 존(Zone)'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 안전 정책 핵심 '항공안전전략실'…"아시아나 합병도 대비"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은 항공기 운항·비운항 전 부문의 안전 관련 요인을 총괄 관리하는 조직이다. 안전기획팀, 안전품질평가팀, 지상안전팀, 안전조사팀, SMS(Safety Management System)팀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항공안전전략실에서는 5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안전사고 예방·평가에서 사고조사·수습까지 안전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들로 구성돼 있다.
항공안전전략실의 주된 업무는 '안전정책 및 목표 수립'을 통한 대한항공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체계화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안전정책은 안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것들과 그 절차를 담고 있는 일종의 선언문으로, 안전 운항을 위한 국내외 규정 및 환경 변화에 맞춰 최소 연 1회 개정한다.
안전 위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험도 관리'도 실시한다. 안전 위험도 관리는 위해 요인 식별→1차 위험 평가→위험도 경감 조치→2차 위험 평가 순서로 이뤄진다. 운항과 관련된 수많은 요인을 세밀하게 분석해 1차 위험 평가에서 핵심 위험요소(Risk)를 도출해 낸다. 경감조치 실시 이후 2차 위험 평가에서는 안전 성과를 평가한다.
유 부사장은 "안전관리 분야에서 이벤트를 완전히 없앨 수 없는 만큼 위험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 지가 핵심 요소"라며 "특히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맞춰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 정비 격납고…'객실 승무원 양성'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은 항공기 정비 규모와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본사에 위치한 김포 격납고는 길이 180m, 폭 90m의 초대형 시설로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다. 높이는 25m로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한다. 대형기 2대와 중·소형기 1대 등 항공기 3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특히 항공기 기체와 각종 부품을 검사하고 수리하는 정비 작업을 24시간 수행하는 덕분에 정비 덕분에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결항 없이 계획된 시각에 출발하는 정시 운항률이 높다. 실제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항공사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3년 99.17~99.84%(기종별 상이)의 정시 운항률을 기록했는데, 전 세계 항공사 평균보다 1~2% 높은 수치다.
기내 안전 책임지는 객실승무원 양성의 장인 객실훈련센터는 2003년 개관했다.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면적 7695㎡ 규모다. 실제 상황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보잉 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똑같은 모형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수영장도 운영한다. 다만 객실훈련센터는 향후 6개월 간 레노베이션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통합 등 다양한 기내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날 객실훈련센터에서는 항공기가 바다나 강에 내릴 경우를 대비한 비상 착수 훈련 시범이 이뤄졌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객실승무원이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왔다. 기내 난동과 같은 불법 방해 행위에 대처하는 훈련도 이뤄졌는데, 승무원의 구두 경고에도 승객이 난동을 부린다는 상황을 가정 아래 올가미형 포승줄과 테이저 건으로 제압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대한항공은 추후 더욱 엄격하게 '안전운항체계'를 관리·통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아시아나항공과의 물리적 결합이 마무리되는 만큼 효율적인 안전 방침을 세우고 내재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70대, 화물기 11대 총 81대를 운항 중이며 8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대한항공은 총 250대에 달하는 항공기를 운영해야 할 뿐 아니라 3만명에 달하는 직원들도 관리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메가 캐리어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안전운항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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