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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부실 전이…손실 '빨간불'
박성준 기자
2024.05.22 06:15:13
②중소건설사 도산에 신탁사 자체자금 투입 증가…자금 미회수시 손실 눈덩이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10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호황기 부동산신탁사들의 효자 노릇을 했던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상품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사의 재무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신탁사로 책임준공 리스크가 전이돼서다. 사업장의 준공을 책임지기 위해 신탁사는 자체자금인 신탁계정대여금 투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회수가 어려운 신탁계정대여금 증가는 신탁사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인한 신탁사의 재무상태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말 경남 고성의 한 사업장에서 기존의 시공사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자 신탁사에서 시공사를 교체해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네이버거리뷰)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금리 상승과 원자재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가 2년 이상 지속되자 그 불길이 부동산신탁사에도 번지고 있다. 신탁사는 주로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자금관리나 인허가 절차를 대리해 주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지만, 시장 침체의 그늘을 나홀로 피해갈 순 없었다. 


특히 신탁사의 토지신탁 사업장 중 건설사의 준공을 보증해주는 책임준공 확약을 맺은 곳은 피해가 더 크다. 건설사의 도산에 따라 채무가 신탁사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 책임준공 불똥에 신탁사 당기순이익 급감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가장 먼저 쓰러지는 곳은 주로 시행사이지만 이후 여파는 시공사에 거쳐 신탁사까지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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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이 신용보강과 채무보증을 서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우후죽순 늘렸던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이 최근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일명 책임준공형으로 불리는 이 상품은 시공사가 사업장의 준공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경우 신탁사가 책임지고 이행해야 한다. 보통 시공사가 도산하는 등 준공 기일을 지키지 못한다면 신탁사가 대체 시공사를 선정해 정해진 책임준공 기한에 추가된 6개월 내 준공을 마무리해야 된다. 이에 따라 신탁사가 먼저 자금을 투입하는 등 결국 재무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신탁사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후폭풍 여파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말 14곳 신탁사의 당기순이익 총액은 2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 6426억원 대비 61.2%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14곳의 신탁사 중 KB부동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무궁화신탁 등 3곳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부동산신탁은 841억원, 교보자산신탁은 295억원, 무궁화신탁은 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신탁사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기순손실로 전환한 신탁사는 1곳이 늘어 총 4곳의 신탁사가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순손실을 낸 3곳의 신탁사에 신한자산신탁도 추가됐다. 순손실 규모를 신탁사별로 살펴보면 ▲KB부동산신탁 (-469억원) ▲교보자산신탁 (-263억원) ▲신한자산신탁 (-220억원) ▲무궁화신탁 (-58억원) 등이다.


특히 신탁사 14곳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총액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4곳의 신탁사 1분기 순이익 총액은 마이너스 144억원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신탁사에서 수익성이 나빠졌고, 일부 신탁사의 순손실 규모가 커져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 급증한 신탁계정대 결국 대손상각 부메랑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행·시공사가 도산하자 결국은 책임준공을 확약한 신탁사로 채무가 전이되고 있다. 신탁사는 문제가 생긴 사업장에 신탁계정대여금(신탁계정대)을 통해 자금을 투입한다. 최근 책임준공 사업장에서 시공사 도산이 빈번하자 신탁사가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신탁계정대의 투입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자연스럽게 신탁계정대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전체 신탁계정대 규모가 2022년 말 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1년 사이 88% 증가한 셈이다.


2022년 말 일부 신탁사의 신탁계정대 규모를 살펴보면 100억원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말 신영부동산신탁을 제외하고 모두 1000억원 규모를 넘겼다.


지난해 말 기준 신탁계정대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서는 신탁사를 추려보면 ▲한국토지신탁 (8202억원) ▲대한토지신탁 (7523억원) ▲KB부동산신탁(6859억원) 등이다. 이외에도 ▲한국자산신탁(4588억원) ▲교보자산신탁 (4404억원) 등 신탁사들도 상당한 규모의 신탁계정대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1년 사이 대폭 늘어났다.


신탁계정대의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신탁사들의 재무부담도 커지고 있다. 신탁계정대가 투입된다는 의미는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혹은 차입형 신탁에서 분양률이 낮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사업장의 프로젝트나 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만약 사업장에 투입한 신탁계정대를 회수하지 못한다면 대손상각비용(대손충당금)도 함께 커지는 편이다. 이로 인해 신탁사들의 순이익이 결과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신탁사의 재무부담도 전반적으로 확대됐다. 2022년 말 14곳의 신탁사 중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당시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곳은 무궁화신탁으로 69%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 사이 대부분 신탁사의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KB부동산신탁은 293%, 대한토지신탁은 116%로 100%는 넘기기도 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상품은 2017년 이후 금융계열을 중심으로 부동산신탁사의 주요 수익원이 되었지만 호황기 동안 신탁사들이 과도한 수준으로 수탁한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리스크 관리 분위기에 따라 신탁사들의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 사업장의 익스포저가 감소하고 있지만 꾸준히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호황기에는 책임준공형 신탁이 문제없이 잘 운영됐지만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외부 환경이 급변했다"며 "책임준공형 신탁방식이 가진 한계가 분명해 외부 환경의 변화 없이는 이같은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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