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KB부동산신탁이 올해 상반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실 털기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하락하며 자본건전성도 뒷걸음쳤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6월 KB금융지주의 지원사격으로 자본 확충의 급한 불은 꺼둔 상태지만 부실사업장의 추가 정리로 진정한 실적 반등을 보이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KB부동산신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매출) 671억원, 영업손실 11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474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다. 상반기 당기순손실도 1057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 순손실 규모는 역대 최대다.

상반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부실사업장에서 발생한 대출채권 손실을 처리하기 위한 대손상각비가 크게 발생했다. 또한 진행 사업장의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에 따른 실질적인 리스크를 반영해 대규모 충당금 전입액이 반영됐다.

상반기 영업비용을 살펴보면 1793억원이다. 이 중 대출채권 관련 손실에 따른 대손상각비가 685억원, 충당금전입액이 758억원이다. 여기에 이자비용도 143억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손상각비는 52억원, 충당금전입액은 71억원에 불과했다. 모두 1년 사이 두 항목 모두 10배 이상 지출이 늘었다. 이자비용도 전년 동기 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0배 이상 커졌다.

반면 영업용순자본비율은 반등했다. 지난 6월 KB부동산신탁이 발행한 1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중 1500억원 규모를 KB금융지주가 인수하면서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영업용순자본비율은 753%로 지난해 말 273%대비 480%p(포인트) 상승했다. 영업용순자본은 지난해 말 대비 약 1000억원 가량 늘어난 결과다.

반면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는 악화했다. 관리 사업장의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서다.

부동산신탁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 분기 자산건전성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통제를 받는다. 대출채권 등 보유자산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손실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자산건전성은 투자한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고정 단계 이하로 가면 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본다.

KB부동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건전성 분류 대상자산은 9503억원으로 지난해 말 7399억원 대비 1104억원이 늘었다. 다만 고정 이하 자산도 함께 늘었는데 같은 기간 3235억원에서 5399억원으로 1164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정 이하 자산비율도 상반기 56%를 기록해 지난해 말 43% 보다 13%p(포인트) 늘었다. 자산건전성이 소폭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신탁은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에 따라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면서 영업비용이 커졌다"며 "불확실한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중점관리사업장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며 시장상황에 대응 가능한 영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