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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플레임 치솟는 K-엔진 생산 현장
박민규 기자
2024.04.16 07:00:26
한화에어로, 장인 정신과 자동화 함께 녹여낸 '45년 역사' 생산 기지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6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만호 생산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영화 '탑건' 시리즈의 시그니처 오프닝인 제트기 출격 장면, 기체 꽁무니에서 치솟는 오로라빛 화염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만번째로 생산한 항공 엔진인 'F414'의 시운전 현장으로, 출하 전 최종 연소 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운전실에서 조심스레 레버를 올리는 손길과 다르게 현장에서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F414를 탑재할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비상이 절로 그려지는 듯했다.


이승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1사업장 생산담당은 "가스터빈의 정비 생산을 하든 조립 생산을 하든 최종으로는 이 작업장은 반드시 거쳐서 나가게 돼 있는데,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각종 기능을 점검하고 최종적으로는 추력과 마력이 요구한 대로 나오는지를 평가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단일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시뮬레이실을 실내외 7곳 정도로 상당히 많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운전 용량은 5만파운드, 추력은 5만파운드까지 측정 가능한데 참고로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 중 F35를 제외하고는 F15나 F16이 엔진이 2만9000톤으로 가장 크"며 "군에서 운용하는 모든 항공 엔진은 시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1사업장 직원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 누적 1만대 생산을 기념해 지난 12일 창원 1사업장에서 항공엔진 생산 시설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1979년 창원 1사업장에서 터를 닦아 1980년부터 항공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업 형태는 크게 ▲조립 생산 ▲유지·보수 및 정비(MRO)와 창정비 ▲부품 생산 세 가지로 나뉘며, 엔진 조립 생산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와 영국 롤스로이스·프랫앤휘트니(P&W) 등 메이저 엔진 제작사와 협업하는 면허 생산과 독자 생산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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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1사업장에서는 전투기에 장착되는 항공 엔진을 포함해 무인기·함정·헬기 엔진 외에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들어가는 발사체 엔진, 유도 미사일 엔진 등도 생산된다. 엔진조립동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초로 생산한 항공 엔진 모델인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부터 KF-16에 탑재됐던 'F100' 엔진,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까지 45년 항공 엔진 사업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엔진 실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낱낱이 해체해 얼핏 공룡 뼈 화석처럼 보이는 한 항공 엔진은 족히 10명 이상은 줄을 선 길이만큼 거대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산화 역량을 강조했다. FA-50용 엔진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산화한 부품이 42종으로, 가격 기준에서는 36%나 차지한다. 주요 골조를 이루고 있는 구성품 위주로 국산화한 덕분이다. 여기에 보통 금속이라면 버티지 못하는 2500도 정도의 고온 환경에도 너끈한 니켈 합금 등 소재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니켈 합금은 엄청난 강도인 만큼 일반 철처럼 가공할 수 없는 난삭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당 소재를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0.01mm의 공차로 정밀 가공하는 능력도 보유했다.


이승두 담당은 "항공 엔진은 (비교적) 작고 가벼우면서도 큰 힘을 내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출력을 많이 내기 위해서는 온도가 많이 높아지는 게 불가피한데 이 같은 고온 환경을 버티도록 하는 게 일반 육상용 발전기 엔진과 항공 엔진의 가장 큰 차이"라며 "코팅을 하든지 특이한 형상을 만들어 (냉각용) 물을 형성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항공 엔진에 정밀 가공과 첨단 소재가 요구되는 이유는 고도 및 속도 변화가 큰 환경에서 운용되고, 기상 상황은 물론 강우·먼지·얼음·조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공 엔진은 유사 시 신속한 이륙을 위해 시동을 건 후 2~3분 안에 최대 출력까지 도달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려면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등 국제 공인 기관을 통해 엔진 파손 시 기체 보호를 위한 밀봉 설계 인증, 공기 흐름으로 인한 기체 하강 시 자체적인 회복 능력에 대한 요구 등 200여 항목이 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증 절차도 통과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79년부터 생산해 온 항공 엔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는 모습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 조립은 모두 한땀한땀 손끝에서 이뤄지는, 그야말로 장인 정신을 요하는 수작업이다. 하지만 부품 생산만큼은 대부분 자동화됐다. 


조운래 엔진부품사업부 파트장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어떤 제조 기지에도 이만큼 스마트화된 공장은 없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작업자와 지게차 없이 무인 운반차(AGV)가 모든 물류를 담당하며, 스케줄만 입력하면 사람 없이도 24시간 자동 공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자체 개발한 웹 기반 시스템으로, 모든 임직원이 자기 자리에서 공장의 전체 상태를 볼 수 있다"며 "클릭하면 어떤 제품을 가공하는지, 진행율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으며 설비의 전력 사용량도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 과부하 등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알람도 간다"며 "선반과 밀링 2개 공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스마트 설비를 운영하면서, 가공 시간도 기존 대비 30% 절감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 생산 현장의 임직원들은 1만대 엔진 출하를 기점으로 독자 생산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대형 항공사들의 운용기는 대부분 보잉, 에어버스 기체라 거의 영국 롤스로이스와 프랫앤휘트니(P&W) 엔진이 탑재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런 메이저 엔진 제작사들의 주요 제품에 대해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어떤 민항기를 타더라도 반드시 우리가 납품한 부품이 장착됐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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