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LG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사이자 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업체인 DMS가 재하청을 준 2차 협력사에게 경영 도산 위기로 모는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DMS가 지난해 2월 장비 납기 지체를 이유로 2차 협력사에게 통상적인 지체상금의 10배가 되는 152억원의 지체상금(지체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존폐 위기에 빠뜨린 것. 반면 DMS는 LG디스플레이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의 지체상금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DMS 측에서는 2차 협력사의 납기 지연으로 인해 거액의 손실을 얻게 돼 소송을 한 것이고 계약서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차 협력사는 코로나 등 대외적인 이유로 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합의와 묵인 하에 납기가 지연됐음에도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 행위라고 반박 중이다.

2021년 말 DMS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1100억원(100대 이상) 규모의 장비 수주 계약을 성사시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IT수요 급증으로 평소 케파 대비 약 30% 많은 규모의 계약 이뤄지면서 2차 벤더에게 일부 물량을 하청을 주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DMS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코스닥 상장업체로 1999년 설립됐다. 2022년 말 기준 연간 3200억원의 매출, 5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설비 제조사다. HDC, Wet 스트리퍼, PI 코터 등 LCD 및 OLED 생산에 필요한 핵심 공정 장비를 개발, 생산하는 회사다.

코로나 팬데믹 때 IT수요가 급증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장비 발주 물량을 쏟아내자 DMS의 생산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당초 중국 위해(Weihai) 공장에서 장비를 직접 제작해 납품하지만 생산 능력 과부하로 2차 협력사인 A회사에 재하청을 줬다.

A회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wet 장비 제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던 강소기업이다. 그동안 삼성과 거래를 했지만 LG디스플레이의 발주 물량이 늘어나자 이번에 처음으로 거래를 한 것이다. 

A회사 측은 "DMS가 기존 케파의 30% 넘는 물량을 수주를 받으면서 자체적으로 제작이 어려워지자 설계를 포함해 턴키로 발주할 외주 업체를 찾았다"며 "장비 구조가 워낙 특이하고 어려워 업체들이 수주를 받기를 꺼려했고 DMS측이 친분을 통해 우리 측에 접근을 해와 굳이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DMS는 A회사에 1~4차에 걸쳐 총 17대 장비를 위탁했다. 계약금은 약 170억원 규모로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A회사 측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당시 중국 위해 지역이 한달 간 도시 전체가 봉쇄되면서 모든 물류와 운반 수단이 멈춰섰고, 이로 인해 일정도 지연됐다.

A회사 측은 "자사 뿐만 아니라 DMS도 장비 제작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뒤 늦게 장비를 만드는 등 전체적으로 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사가 합의 내지는 묵인 하에 모든 일정이 진행됐고, 지체상금 이야기도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제품 제작 과정에서 DMS의 보안 서버만을 이용해 작업을 하다보니 일정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DMS가 승인하는 보안 PC로만 작업이 가능하며 출력물 인쇄도 쉽지 않았다. 서버가 중국에 있어 에러도 많았고 자정 이후에는 보안 상 문제로 아예 보안 PC 사용 자체가 금지됐다.

특히 설계변경과 사양 추가 부분과 같은 경우도 DMS측은 기존에 20% 정도 변경만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80~90%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일정이 더 지연됐다는 것이다.

A회사 측은 "중국이 아예 폐쇄까지 되면서 납기 변경은 불가피한 일이었고 그와 같은 상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에 상호 동의하에 납기가 정상적으로 변경된 것으로 판단했다"며 "DMS는 납기 변경이 아니라 지연이라는 프레임으로 터무니 없는 지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17대 중 총 7대를 납품하였는데 1차 계약 장비 4대와 2차 계약 장비 5대 중 3대는 설계변경, 납기 변경 등을 충족해 제작완료 했으나 잔금은 물론 추가 대금도 DMS측에서 지불하지 않고 있다. 

지체상금 역시 A회사 측에서는 통상 IT업종 표준 계약서의 의하면 일일 0.1%임에도 DMS 측은 통상의 10배가 되는 1%로 부당 약정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LG디스플레이와 DMS간의 지체상금은 0.15%에 불과하며 이번 납기 연기로 인해 적은 수준의 지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DMS는 A회사에 152억원이나 되는 지체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더욱이 A사가 DMS측에 LG디스플레이에 얼마의 지체상금을 지급했는지 재판 과정에서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DMS 측은 자꾸만 미루고 있다. 

반면 DMS 측에서는 A회사 측 장비가 패널 생산 공정 중 특정 단계를 담당하고 있어 정해진 기간 내 제작이 되지 않을 경우 생산 라인 전체를 가동할 수 없어 지체상금률을 1%로 정했다는 입장이다. 첫 계약부터 장비 제작이 늦어지면서 전체 장비들의 연결과 셋업 작업까지 줄줄이 미뤄졌고, 급하게 중국 공장 인력 등 모든 인력을 동원해 외주 제품 장비를 직접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DMS 측은 A회사가 별다른 상의 없이 제3의 업체인 T사에게 재하청을 줬고 이로 인해 납기를 1년 이상 지연 시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A회사는 "T사 대표는 DMS에서 근무하다 퇴사해 회사 장비의 특징을 가장 잘 알고 있었고 DMS 장비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계약 체결 당시 T사 대표에게 업무 수행을 맡겼고 이 사실을 DMS 측도 알고 우리 측에 발주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A회사는 DMS가 계약 당시 박용석 DMS 의장의 개인 회사인 정본글로벌에 약 20억원 규모의 재하도급을 부당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정본글로벌은 박 회장이 2022년 설립한 회사로 설립 이후 10개월 동안 191억원의 매출을 몰아준 곳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용석 회장과 이석화 DMS 사장이 LG디플레이 출신인만큼 유착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DMS 측은 "A사와 하도급 계약이 있을 당시에는 정본글로벌이라는 회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A사 실제 계약 이행과정에서 정본글로벌과 거래를 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납기지연과 관련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상황, DMS의 보안 서버 활용 등 다양한 환경을 무시하고, DMS 측 또한 충분히 납기 지연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2차 하청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2차 하청업체로서의 납기 지연에 대한 책임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원청인 LG디스플레이가 고객사에게 패널티를 물게 되는 상황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A회사에게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DMS가 LG디스플레이에게 향후 수주나 계약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A회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소송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A회사는 "을의 위치에 있는 우리 회사는 도급자에게 절대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DMS 보안 서버에서 작업한 내용도 전부 일방적으로 삭제해 우리 측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양사는 지난달 25일 첫 변론기일을 갖고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불공정하도급 거래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