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중국 BOE가 본격적인 8세대 투자에 앞서 증착기 제조업체 선정을 고심하고 있다. 조만간 선익시스템과 일본 캐논도키 중에서 납품사를 선정하고 발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는 투자 효율 측면에서 기기 값이 저렴한 선익시스템이 수혜를 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분기 BOE는 중국 사천성 청두에 구축하고 있는 IT기기용 8세대 생산라인에 배치될 증착기를 발주할 예정이다. BOE는 3월 중으로 납품의향서를 제시했던 선익시스템과 캐논도키 측에 납품사 선정 여부를 전달할 방침이다. 

BOE는 8세대 신규 공장 월 생산량을 약 3만장,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신공장에서 생산한 패널을 어디에 납품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투자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해 애플 납품을 목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BOE는 기존 주력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투자는 점차 축소할 계획이다. 

BOE가 장비업체 선정을 고심하는 건 증착 기술력이 곧 패널 전체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는 크게 패널을 만드는 전공정과 만들어진 패널에 반도체 칩 등 부품을 연결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 공정이 전공정에 속하는 증착이다. 

증착은 기판 역할을 하는 마더글래스(유리원장) 위에 적색(R), 녹색(G), 청색(B) 등 삼원색 발광 유기물을 입히는 공정이다. 이는 냄비를 가열할 때 증발한 물이 냄비 뚜껑에 이슬처럼 맺는 개념과 비슷하다. 열을 가해 발광 유기물을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마더글래스에 발광층이 형성되기 때문에 증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증착기는 마더글래스에 발광층(EML)뿐만 아니라 정공층(HIL, HTL), 전자층(EIL, ETL) 등 보조층을 형성하는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진공 상태인 증착기 내부에 마더글래스가 투입되면 레일 형태 이송쳄버(TM)를 따라서 차례로 유기물층을 증착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업계는 BOE가 이례적으로 선익시스템 증착기를 채용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선익시스템 증착기 가격이 캐논도키의 절반 이하 수준인 데다, 수주가 밀려있는 캐논도키 대비 선익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장비 생산 여력도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논도키 증착기를 무리하게 수주할 필요가 없어진 부분도 했던 이유도 꼽고 있다. BOE는 지금껏 부족한 기술력을 메우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에 턴키(일괄 주문) 형식으로 발주했던 증착기를 동일하게 주문해왔다. 하지만 이번 8세대 투자는 두 업체 모두 현재 진행 중으로 타사 기술을 차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BOE가 타깃하고 있는 고객사인 애플이 캐논도키 증착기를 선호하긴 하지만 선익시스템 증착기가 채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과거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워치용 패널을 생산할 때 애플로부터 선익시스템 증착기를 허가 받은 이력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BOE 자체에 대한 애플의 신뢰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애플이 이 회사의 IT기기용 OLED 패널을 채용하려고 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