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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규제와 토크노믹스의 딜레마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2023.08.03 13:32:28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09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MichaelWuensch from Pixabay)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가상자산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가상자산 업계에 종사하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사실 업계에도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가상자산 열풍 당시 작은 호재에도 불같은 상승이 연출됐다. 가상자산 발행자도 투자자도 내재가치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수혜 코인' 찾기에 급급했다.


가상자산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금, 프로젝트의 토큰에 대한 가치 전달 구조, 즉 짜임새 있는 '토크노믹스(Tokenomics)'가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럴에 의한 가격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가운데 유명 기업과의 협업 등 희망적 장래만으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작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그리고 성공이 토큰 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 프로젝트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사실 가상자산을 대표하는 비트코인 가격 설명이 가장 어렵다. 총발행량이 고정돼 희소성이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가격 부양 요소가 없다. 교환 매개로서 역할이 있지만 그 자체가 가치를 재고시키는 것은 아니다. 배당이나 이자와 같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런 면에서 금과 비슷하기에 '디지털 골드'라고 불리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설명이 어려운 것은 금이 금값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누구도 그 가격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공통점이기도 하다.


이더리움은 어떠한가? 이더리움 토큰인 ETH는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위한 재화이다. 이더리움에서는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계약 공증, 거래 등 다양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할 수 있다. 마치 기존 산업경제의 석유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솔라나, 폴리곤 등 메인넷 토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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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더리움 같은 메인넷을 기반으로 구동되는 서비스 계층의 웹3.0 애플리케이션(디앱, dApp) 토큰이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탈중앙 금융, 게임, 플랫폼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각자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있고 전 세계 수만개 토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 같은 상징성이 없고 이더리움같이 범용적 활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서비스 제공을 통해 매출과 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이론적으로 배당을 줄 수도 있으며 토큰 바이백을 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기존 주식회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애플리케이션 또는 디앱 토큰 역시 주식과 같은 투자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주식과 달리 토큰은 배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당은 디앱의 매출에 따라 토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토큰이 주식같이 배당을 줄 경우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증권성 시비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디앱에서 창출되는 가치가 토큰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프로젝트가 불법으로 간주돼 처벌받거나 사업 영위를 위해 거래소 상장 심의 및 사업보고서 제출 등 까다로운 절차를 따라야 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과감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프로젝트는 배당을 고집하며 발생할 불필요한 잡음을 가급적 피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가격을 위해 구체적인 토크노믹스 구축이 필수지만 보다 구체적일수록 규제를 두려워해야 하는 아이러니다.


증권성 여부를 판별하는 데 쓰이는 하위 테스트에 따르면 ▲돈이 투자되고 ▲그 돈이 공동의 사업에 쓰이게 되고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그 이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될 경우 증권으로 본다. 엄밀히 따져서 배당을 안 해도 증권성 의혹을 완전히 벗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다수 주요 가상자산을 증권이라고 지목했다. 배당만이 증권성 판별의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골적인 요인으로서 배제되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에도 기존 프로젝트들이 토큰을 활용한 것은 가상자산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관행상 절차가 간편하여 자금모집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거래소 상장을 통한 쉽고 빠른 투자자금 회수에 이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 내 유동성이 급감하고 규제당국이 보다 엄격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그 편익이 감소하고 있다. 토크노믹스를 구성함에 있어 배당 외에도 의결권 등 사용처 확대를 비롯하여 바이백 등 토큰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편이 있다. 다만 배당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투자자들은 서비스 성공 가능성뿐만 아니라 알맹이가 빠진 토크노믹스를 두고 '밸류 캡쳐(Value Capture)'가 가능한지 살펴봐야 하는 고충이 있다.


한편 최근 증권성 이슈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프로젝트들이 보인다. 일례로 토큰 발행 없이 탈중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중앙화돼 있어도 서비스 자체는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투명하게 운영된다. 기존 기업의 형태를 그대로 차용하기 때문에 신선할 것도 없지만 규제 이슈에서 한결 자유로운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금 모집 시 빠른 자금회수를 지향하는 투자자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주요 대기업 및 금융기관의 진입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최근 미국 법원에서 리플(XRP)이 일반 대중에게는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가상자산 업계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SEC는 여전히 강경한 모습이다. 블록체인에서 보다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한 것은 천편일률적인 규제의 통제 없이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당국 역시 그 잠재력을 존중하길 희망하며 이를 바탕으로 견고한 토크노믹스가 구축된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더 이상 '토큰 가격은 어디서 오는가?'와 같은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 외부 필자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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