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김규희 기자]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운용자산(AUM) 2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내부에서는 30년 가까이 하우스의 기틀을 닦아온 핵심 인력이 이탈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세대교체와 리더십 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이면에서는 프론트(투자 조직)와 백오피스(경영 관리 조직) 사이 심각한 성과 보상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이티넘에서 지난 30년 가까이 경영과 펀드관리 기능을 총괄해온 박은수 전무가 회사를 떠나면서 본질적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무는 1997년 한미창업투자(현 에이티넘)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29년 간 한 곳에서만 근무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박은수 전무는 국내 VC 업계에 LP 관계를 총괄하는 RM(Relationship Management)이라는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부터 연기금과 공제회 등 주요 LP들과의 네트워크를 전담하며 에이티넘의 대형 펀드레이징을 이끈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에이티넘이 결성한 8600억원 규모의 펀드 역시 박 전무의 역량이 아니었으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우스 안팎에서는 퇴사 배경에 성과보수 배분 구조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티넘은 투자 조직과 경영 관리 조직의 성과보수 배분 비율을 95대 5 수준으로 책정해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VC 업계에서 성과보수 배분은 명문화된 규정 없이 각 하우스가 운용 철학에 따라 결정한다. 통상적으로 펀드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 조직의 기여도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것이 관례다. 개별 하우스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략 80~85대 15~20 수준의 비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티넘의 배분 구조는 업계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펀드레이징과 LP 관리 그리고 자금 집행과 리스크 대응 등 관리 조직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보상 체계가 실제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조직 내부의 괴리감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박 전무의 퇴사 결정도 이러한 구조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에이티넘은 8600억원 펀드 결성에 이어 올해 1조원 규모의 신규 펀드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 기존 펀드 결성 과정에서 이미 국내 주요 LP 자금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펀드레이징의 난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경영 관리 조직의 업무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에서 보상은 뒷받침되지 않자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최근 단행한 맹두진·신기천·이승용 3인 각자대표 체제 전환도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맹두진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리더십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하우스의 안살림과 대외 활동을 책임져온 박 전무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대형 펀드레이징을 지속해야 하는 시점에 LP와의 신뢰 관계를 지탱해온 박 전무의 공백은 향후 자금 모집 과정에서 큰 약점이다.
VC 업계는 이번 사태를 한 하우스의 인력 이탈을 넘어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반의 고질적인 관행이 터져 나온 결과로 보고 있다. 펀드 대형화 추세에 따라 사후 관리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나 보상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투자 인력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펀드 시대에 접어들수록 관리 기능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데 보상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는 VC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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