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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판 사라지는 우유시장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2023.01.31 08:30:07
저출산·수입관세 철폐 등 구조적 한계 정부가 나서야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7일 15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한 대형마트의 우유 코너.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지금 국내 우유시장은 구조적 한계와 맞닥뜨렸다. 날로 확대되는 원유(源乳)값 부담과 출산율 저하로 이미 정체기에 들어선데다 곧 수입관세 철폐로 안방시장을 장악할 수입산 우유까지 생각하면 밤잠까지 설치게 된다"


얼마 전 자리를 함께한 국내 유업계 관계자의 고심에 찬 토로다. 이는 국내 우유업계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를 대표하는 우유 생산기업들은 작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감내해야 했다. 연초부터 가파르게 올랐던 원유값을 포함한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연말 한 차례 우유값 인상을 단행했지만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는 뭇매마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작금의 어려움이 단순히 가격 인상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 훨씬 더 어렵고 난감한 시장구조적인 문제가 이들을 짓누르며 진퇴양난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줄고 있는 출산율은 기업들 스스로가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을 비껴서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 기준에 따르면 작년 1~10월 누계 신생아 수는 21만2881명으로 전년동기대비 4.8% 줄었다. 연간으로도 25만명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 역대 최저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는 우유 소비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낙농진흥회의 우유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민 1인당 백색우유 소비량은 26.3kg으로 2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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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관세 빗장까지 풀리게 되면 국내 유업계가 받는 타격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정확히 3년 뒤 미국산을 시작으로 무관세로 수입산 우유가 들어오면 국산우유가 설 자리는 좁아진다. 


FTA 일정에 따르면 미국산 유제품(밀크와 크림)의 관세율은 2026년 1월부터 '제로'가 된다. 작년 9.6%에서 올해 7.2%, 2025년 2.4% 등으로 순차적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미국산에 문이 열리고 6개월 뒤면 유럽연합(EU)의 우유도 무관세로 들어온다. 유럽연합산도 지금은 9%의 수입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매년 낮아져 최종적으로는 무관세에 수렴하게 된다. 전통적인 낙농강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2033년 이후부터는 관세 없이 국내시장을 휘저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유는 기본적으로 보관 등이 용이하지 않아 역내에서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입산의 경우 멸균우유를 내세워 국내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다. 멸균우유는 초고온에서 균을 죽여 포장한 제품으로 상온에서 10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이미 온라인 쇼핑채널 등을 통해 빠르게 국내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아직 관세가 부과되고 있음에도 탁월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에 따르면 같은 멸균우유라도 폴란드산 믈레코비타 우유는 1리터 기준 1450원으로 서울우유 2410원보다 1000원 가까이 낮게 가격이 형성돼 있다. 환율과 물류비용, 수입관세 등을 모두 포함해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멸균우유보다 40~50% 가량 저렴한 셈이다.


수입산 우유가 저렴한 것은 국내 우유와 생산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입산 우유의 경우 넓은 초원에서 젖소를 풀어 사육하는 반면 국내 목장에서는 대부분 사료를 먹여 키우고 있다. 특히 사료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고환율 여건에서는 원가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우유의 복잡한 유통구조 역시 가격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국내 우유 제조기업들이 홀로 풀 수 없는 산업구조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국내 우유기업들이 수입산에 잠식당해 터전을 잃는다면 이는 향후 글로벌 정세 변화에 따라 자칫 수입산 유입이 어려울 경우 당장 수급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대면할 수도 있다. 서둘러 정부가 나서 국내 원유 생산방식을 효율화시키고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국내 우유가격이 수입산과 최소한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옛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수입산 공습에 대비할 3년의 시간이 남았다. 재깍재깍 흐르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기업과 정부 그리고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국내 우유산업이 도태되지 않는 획기적인 방안을 짜내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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