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SK에너지·GS칼텍스를 비롯한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수급 차질과 가격 방어의 이중고에 놓여 있다. 세계 5위 수출국인 한국의 석유제품을 찾는 국가는 많은데 미국-이란 전쟁 탓에 원유 수급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정유 공장 가동률 저하 속에 손실 방어를 위해서도 공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유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유 수출은 지난 3월 기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이후에도 감소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유 제품의 주요 수출 목적지인 미국 서부 지역 웨스트 코스트(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등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 웨스트 코스트는 항공유 수입의 85%를 한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 서부 지역의 경우 정제설비 부족으로 항공유 수입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에 의존한다. 한국발 수입 감소에 따라 미 서부도 항공유 공급망 위기를 겪을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석유제품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편이다. 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수출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원유도입액 684억달러 가운데 석유제품 수출로 약 60%를 회수했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 수출로 국가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는 셈이다. 석유제품은 지난해 기준 반도체·자동차·일반기계에 이어 4위 수출 품목이다.
수출 효자 품목을 생산하는 정유사들도 장기화하는 전쟁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원유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이 들여오는 원유 가운데 70%가량이 중동산이다. 국내 정제 시설도 중동산 원유에 특화돼 있다고 한다. 원유 공급 통로가 막히면서 국내 석유제품 수출도 줄어드는 구조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정부 쪽에는 한국의 석유제품 공급을 요구하는 민원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호주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한 것도 한국을 향한 압박 카드로 평가된다. 한국은 호주에서 가장 많은 LNG를 들여온다. 2024년 기준 비중을 보면 호주(26.8%)는 카타르(16.1%), 말레이시아(13.2%), 미국(12.5%)을 압도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가장 많은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도 호주다. 호주는 석유제품 대부분을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수입한다. 한국이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면 호주도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고군분투하며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를 물색하거나 비중동산 원유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원유 공급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공장 가동률도 하향 조정하며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체들은 24시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며 시장의 원유 물량 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기름값 프리미엄이 배럴당 40달러가 붙어있고 정유사들이 원유를 구매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며 "기업마다 원유 수급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전쟁 이슈가 급변해 유가가 급락하게 되면 조단위 손실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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