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의 2대주주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골든오크인베)가 조현민 사장을 향한 감시망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사측과 맞붙은 표 대결에서 패배한 이후 침묵을 이어가던 골든오크인베가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엑시트(투자금 회수) 퇴로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골든오크인베의 견제 태세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달 24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세부적으로 회사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다뤘다.
◆ 13개 안건 평균 반대율 4%…조 사장 연임 이탈표는 19.8%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부분의 안건이 95% 수준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특정 안건에서 20%에 육박하는 반대표가 쏟아지며 온도차를 보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주총에서 다뤄진 총 13개 안건의 평균 반대율(기권 포함)은 4.3%에 불과했다. 정관 변경 안건의 경우 이탈표가 1%대에 그칠 만큼 찬성 여론이 우세했지만, 유독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만큼은 19.8%의 주주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3%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는 안건의 찬성률과 비교하면 조 사장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른바 '3%룰'은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지분율 3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너일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 사장이 각각 0.03%와 0.13%씩 들고 있다. 이 외에도 특수관계인인 정석인하학원(3.12%)과 한진 임원 지분을 모두 더하면 33.58%다.
예컨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인 김충호 동국대 글로벌무역학과 겸임교수의 찬반 투표에서는 발행주식총수 기준 찬성률은 40.6%로 집계됐다. 한진 주식을 3% 이상 보유한 한진칼과 정석인하학원, 골든오크인베(9.6%) 등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유효 지분율이 대폭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진칼은 의결권의 27.2%가 무효가 됐으며, 골든오크인베 역시 6.6%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해당 안건 찬성률이 92.8%에 달했다는 점에서 실제 투표에 참여한 주주 대부분이 찬성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았음에도 발행주식총수 대비 찬성률이 52.6%에 그쳤다. 다른 안건의 경우 발행주식총수 기준 찬성률이 약 65%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주주들의 이탈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골든오크인베, 2020년 10월부터 2대주주 지위…표결 패배 후 침묵
골든오크인베는 HYK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를 통해 한진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다. 골든오크인베가 처음 한진 주식을 취득한 시점은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 이슈가 진행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거슬러 올라가면 섬유기업 경방은 2020년 4월 한진 주식 5% 이상 보유 공시를 내며 이목을 끌었다. 당시 경방은 주식 취득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해석은 달랐다. 경방이 공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던 KCGI로부터 한진 주식을 넘겨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골든오크인베는 2020년 10월 경방이 기 보유한 보통주와 신주인수권을 전량 인수하며 단숨에 지분율 11.95%의 2대주주가 됐다.
주목할 점은 경방이 HYK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의 주요 출자자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경방은 골든오크인베를 통해 한진 경영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그린 것이다. 특히 골든오크인베는 2021년 정기 주총을 앞두고 한진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는데, 사실상 조 사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더군다나 조 사장이 과거 '물컵 논란' 등 오너리스크를 빚었다는 점은 골든오크인베의 공격 명분이 됐다. 한진이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한 이유도 이와 맞물린다. 실제 한진은 2021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조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을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골든오크인베의 전투력은 금세 약해졌다. 2021년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후 골든오크인베는 현 경영진과 대립하기보다, 경영 감시자 역할에 무게를 뒀다. 한진 역시 2대주주의 동력이 약화된 2023년 조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 주가 하락 탓 손실…엑시트 시점 '안갯속'
시장은 골든오크인베가 엑시트하기 전까지는 조 사장을 비롯한 한진의 경영 감시자 임무를 지속할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다만 골든오크인베가 비교적 고가에 한진 주식을 취득한 만큼 엑시트 시점을 속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골든오크인베의 평균 주식 취득 단가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경방으로부터 주당 4만5900원에 취득했다는 점에서 현 주가(1일 종가 1만9350원) 대비 단순 계산한 투자 손실율은 58%다. 그나마 매년 배당금으로 8억8000만원, 총 44억원 상당의 현금을 수령하며 손실을 일부 보전했다.
이와 관련, 한진 관계자는 조 사장의 재선임안에 반대표가 집중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공시 내용 외에는 답변하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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