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취임 후 임기 반환점을 돌았지만 경영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순이익 감소를 피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익의 질과 효율성은 오히려 후퇴한 '착시 성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절대적인 순이익 규모는 소폭 증가했지만, 수익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됐고 이익 증가 역시 본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2025년 1월 취임 이후 약 1년간의 실적이 사실상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8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0.4%(70억원) 증가했다. 다만 이는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4387억원이 반영된 수치다.
농협은행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매년 농지비를 농협중앙회에 납부한다. 202만 조합원들과 1110개 농·축협에서 출자한 농협중앙회는 은행뿐 아니라 각 계열사마다 농지비를 거둬들인 후 우리나라 농업 발전을 위한 사업비로 사용한다. 해당 비용은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재원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이익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실질 수익성 판단을 왜곡할 수 있는 변수로도 꼽힌다.
다만 농지비를 제외한 기준으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농지비 반영 전 순이익은 2조13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7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농지비는 3702억원에서 4387억원으로 685억원 늘어나며 증가분 상당 부분을 상쇄했다. 결국 이익 규모는 유지했지만, 구조적으로 수익 창출력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려운 흐름이다.
특히 이익 증가의 배경을 보면 한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3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2.4% 급감했다. 이는 과거 적립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환입 영향이 컸다. 즉, 영업 확대에 따른 성장이라기보다 비용 감소 효과가 실적을 떠받친 구조다.
대손충당금도 11.1% 줄어든 3조1113억원을 기록,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 23.6%포인트 내린 190.9%를 나타냈다. 이는 리스크 해소라기보다 기존 부담의 일시적 완화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경기 변동 시 충당금 재적립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익성 지표는 보다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 순이자마진(NIM)은 1.54%로 20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농협카드를 포함한 기준에서도 1.67%로 21bp 떨어졌다. 금리 하락과 조달비용 부담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비이자 사업 확대 효과 역시 이를 상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각각 0.42%, 7.1%로 하락했다. 자산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ROA·ROE가 동반 하락했다는 점은 자산 운용 효율 개선이 제한적이었음을 시사한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도드라진다. KB국민(3조8620억원)·신한(3조7758억원)·하나은행(3조7475억원)이 각각 3조원 후반대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달리 농협은행은 2조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단순 규모 차이를 넘어 금리 사이클 하락 국면에서의 수익 방어력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회성 요인으로 순이익이 감소한 우리은행(2조6066억원)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은 구조적 성장 한계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강 행장은 디지털·인공지능 중심의 'AX(인공지능 전환)'를 돌파구로 제시했다.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AI 기반 혁신을 강조했고, 실제로 취임 이후 AI·데이터 조직을 신설하며 관련 기능을 통합했다. 분산돼 있던 AI 전략과 데이터 분석, RPA 기능을 결집해 AX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명확하다.
강 행장이 2018년 올원뱅크사업부장, 2019년 디지털전략부장을 거쳐 2023년에는 농협금융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 겸 농협은행 DT부문 부행장을 역임했기에 최근의 금융권 AX 바람을 체감하는 온도가 남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AX 전략은 구조적으로 중장기 과제에 가깝다. 단기간 내 순이익이나 NIM 반등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잔여 임기 내 가시적 성과로 연결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 자산 효율 개선 등 보다 직접적인 수익성 개선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의 구조적 특성도 변수다. 농지비 부담과 공익적 역할 수행이라는 이중 과제는 수익성 중심 전략에 일정 부분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이와 함께 외부 변수도 부담 요인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수사 이슈가 이어지면서 조직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범농협 특성상 중앙회장의 영향력이 계열사 인선에 크게 작용하는 만큼 지배구조 변수 역시 경영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강 행장 역시 취임 때부터 강 중앙회장과 영남권 동향 출신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결국 강 행장의 남은 임기는 방향성 제시보다 성과 입증이 요구되는 시기에 가깝다. 그간의 전략을 통해 얼마나 수익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