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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만 챙기나"…항공유 대란에 항공사 '고사 위기'
조은비 기자
2026.04.02 09:00:19
패닉 바잉 넘어선 구조적 공급망 붕괴…정제 마진 한계
이 기사는 2026년 04월 01일 17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챗GPT)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유 수급 대란이 국내 항공업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대형 항공사 사업 계획 대비 2배 이상 폭등하면서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먼저 비상벨을 울린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재무 구조상 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아시아나가 선제적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뒤이어 대한항공이 지난 31일, 4월부터 본격적인 비상경영에 들어간다고 선포했다.


4월 예상 급유 단가가 갤런당 450센트로, 당초 사업 계획인 220센트보다 2배 이상 폭등한 것이 결정적이다. 여기에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까지 줄줄이 비상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항공사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항공유 가격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항공사들이 물량을 싹쓸이하는 '패닉 바잉'이 수급 대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시장의 심리적 요인으로만 치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정유사들의 생산·공급망 자체가 마비되면서, 수요와 상관없이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적 마비'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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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넷에 따르면 국제 등유(항공유 베이스) 가격은 지난 30일 배럴당 242.70달러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기록했다. 31일 기준 218.42달러로 소폭 조정됐으나, 전월 동기 대비 상승 폭이 무려 124.87달러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유 가격과의 격차(스프레드)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제 마진은 이미 한계치를 돌파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위기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대한항공 공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배럴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USD)만 변동해도 약 3050만달러(한화 약 410억원, 환율 1345원 기준)의 손익 변동이 발생한다. 이번 사태로 항공유 가격이 계획보다 배럴당 수십 달러 이상 벌어진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수천억 원대 영업이익이 공중분해 될 수 있는 구조다.


가격 변동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헷지(Hedging)'도 이번 폭등장 앞에서는 역부족이다. 대한항공은 소모량의 50% 내외를 파생상품으로 방어해왔으나, 가격이 2배 폭등한 현재는 방어막이 없는 나머지 절반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이는 회사 전체 수익을 통째로 삼켜버릴 만큼 거대한 리스크로 직결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수급 불균형은 기형적인 운항 행태로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미얀마 등 일부 해외 공항의 항공유 수급이 불안해지자,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왕복분 연료를 모두 채워 떠나는 '탱커링(Tankering)'을 시행 중이다. 항공기 무게가 늘어나 연비가 급격히 하락하는 비용 손해를 보더라도, 현지 급유 불능으로 비행기가 묶이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재무적 압박은 실질적인 운항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비행기를 띄울수록 적자가 쌓이는 노선들을 중심으로 '감편'이 현실화되는 추세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수익이 적은 노선부터 차례로 감편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로 결항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나프타 수출 제한 등 석유화학업계 보호에는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정작 항공유 수급 안정화나 수입부과금 인하 등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노선에서 왕복분 기름을 실어 나르는 기형적 운항까지 감수하며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며 "통제 불가능한 외부 변수로 인한 전시 상황인 만큼, 정부 비축유 방출과 석유사업법에 따른 수입부과금 면제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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