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소프트웨어 업계를 뒤흔들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우려는 지속되는 양상이다. 미국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동일 테마 상품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소수 종목에 비중을 집중한 상품일수록 낙폭이 컸다.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벌어졌다.
6일 딜사이트가 집계한 1분기 ETF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건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다. 지난 3개월간 29.98% 내렸다. 지난해 9월 상장한 후 하락 곡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과 SOL 미국AI소프트웨어는 이 기간 각각 25.03%, 20.96% 떨어졌다.
배경에는 AI 기술의 고도화가 됐다. 각종 AI 도구와 서비스가 기존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와 종말론을 합친 이른바 '사스포칼립스' 현상이다. 실제 이 기간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세일즈포스를 비롯해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 워크플로우 자동화 플랫폼 서비스나우 등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소프트웨어 테마 상품의 구성종목에도 포함됐다.
하락세에 불을 지핀 건 앤트로픽이다. 앤트로픽은 올해 1월 클로드 코워크를 선보였다. 대화만으로 문서 요약이나 데이터 분석 등 업무 자동화 앱을 만들고 기업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에이전틱 AI 서비스다.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따로 구독할 필요 없이 직접 구축해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앤트로픽은 이어 법률·금융 등 특화 기능 플러그인도 출시했다.
클로드 코워크는 구독형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클로드 코워크의 특화 플러그인이 공개되고 48시간 만에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 시가총액이 2850억달러 증발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캔바의 기업공개(IPO)도 미뤄졌다.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최고경영자(CEO)도 18년만에 교체됐다. 그는 어도비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한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CNBC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킬 것이라 했지만 이제는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이 하방 압력을 받았지만 상품별 낙폭에는 차이가 있다. 변수는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 수와 비중이다. 종목 수가 적을수록, 일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하락세가 강했다.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는 상위 4개 종목에 약 68.7%가 집중돼 있다. 소수의 비중 상위 종목의 하락이 ETF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구조다.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는 10개 종목, SOL 미국AI소프트웨어는 15개 종목에 투자한다.
매그니피센트7 편입 여부도 갈림길이 됐다.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는 빅테크를 하나도 포함하지 않았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사업이 주력인 기업에만 집중한 구조다. 반면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은 알파벳, SOL 미국AI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담았다. 두 기업 모두 구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사업을 영위하지만 다각화된 수익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소프트웨어 섹터 하락의 직격탄을 비켜간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략이 역풍을 맞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 상품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였다. 소수 종목에 비중을 집중하면 해당 종목이 오를 때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 집중한 것도 변동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맹점은 이 구조가 반대 방향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이다. 하방 압력이 가해지자 타 상품 대비 낙폭이 커졌다. 차별화 전략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시장 안팎에서는 동일 테마 상품이 단기간에 쏟아지면서 운용사 간 차별화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상품이 주로 출시됐다"며 "수요가 높은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의 변동성 장세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역 다툼에만 치중하기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우선한 상품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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