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중국 정부가 BOE는 중소형 OLED, CSOT는 대형 LCD, 티엔마는 공공·특수 디스플레이 등으로 역할이 나누고 비전옥스와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소 업체들과 통폐합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왔지만 비효율적인 업체를 정리하고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 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규모의 경제 확보를 넘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향후 업체 통폐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산업을 육성했지만 일부 업체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지원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의 볼륨을 키워놨는데, 향후 10년 동안은 통폐합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디스플레이를 전략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투자를 확대해왔다. 이 과정에서 BOE, CSOT, 비전옥스 등 주요 업체들이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OLED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OLED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 업체들은 LCD에서 확보한 현금 흐름으로 OLED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OLED 사업 자체의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2024년 매출 1983억위안(42조2038억원), 순이익 53억위안(1조154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됐지만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LCD에서 발생하고 있다. 즉 OLED 사업만 놓고 보면 수익성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CSOT 역시 대형 LCD 사업에서 확보한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약 1000억위안(21조7760억원) 이상의 매출과 60억위안(1조3065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OLED 중심 전략을 추진하는 비전옥스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5년 매출은 80억위안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BOE의 경우 현재 흑자는 내고 있지만 LCD에서 번 돈을 전부 OLED에서 깎아먹고 있다"며 "적자 운영이 지속될 경우 중국 정부도 또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현장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인사 이동 시기를 맞아 일부 업체에서는 적자를 내는 사업부를 중심으로 인력 교체가 이뤄지는 등 내부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일부 장비 업체의 경우 거래하던 중국 업체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여러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모 중국 업체에 제품을 판매했는데 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아서 대금도 못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업체별 역할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BOE는 중소형 OLED 중심, CSOT는 대형 LCD, 티엔마는 공공·특수 디스플레이 등으로 나누고 비전옥스와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소 업체들은 통폐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같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린다. 장비 업계에서는 고객사가 줄어드는 만큼 수주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과도한 공급이 해소될 경우 패널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완성품 업체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효율적인 업체가 정리되고 핵심 기업 중심으로 자원이 집중될 경우 생산성과 투자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처럼 중국 업체 수가 과도하게 많은 구조에서 벗어나게 되면 가격 경쟁이 완화되고 고부가가치 패널에 집중 투자해 수익성 중심 산업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줄어드는 만큼 설비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완성품 업체 입장에선 덤핑 등 과도한 경쟁이 줄어들어 패널 가격이 정상화되는 만큼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계기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넘어 품질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업체들도 이에 대응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도 최근 제품 품질을 끌어올리며 고급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을 거쳐 경쟁력이 강화될 경우 국내 업체들도 단순 기술 격차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품질 경쟁력 확보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업체 간 역할 분담이나 사업 조정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사안"이라며 "통폐합보다는 품목별 역할 조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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