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디스플레이 양사가 양산을 넘어 개발 단계에서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AI를 활용한 소자 개발에 나서면서 디스플레이 기술 주도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기술 유출 등 보안에 대한 우려와 AI 전환에 대한 엔지니어의 저항 등이 존재하는 만큼 대대적인 AI 전환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곤 삼성디스플레이 AX연구소 AI팀장 상무는 16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삼성학술정보관에서 열린 'AI 기반 디스플레이 초가속 연구개발 포럼'에서 "점점 제품의 스펙이 올라가고 고객의 요구 사항이 증가되는 상황에서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고객이 요구하는 바를 맞출 수 있다"며 "AI를 R&D에 활용해 개발 시간을 효과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AI 기반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BOE, TCL의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는 지난 2024년부터 AI 기반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BOE는 AI를 기반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자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딥러닝 고도화를 통해 소자의 수명과 효율성을 측정하는 AI 모델의 정확도를 95%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속도를 100배 이상 향상했으며 발광층·공통층 구조를 설계해 발광 효율을 30% 이상 개선했다. CSOT 역시 디스플레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신규 재료 개발 주기를 50% 단축하는 등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유 상무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부터 제조 공정에 AI를 적용해왔으며 최근 연구개발 분야로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AI를 활용해 OLED 재료 설계와 소자 개발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AI가 분자 구조 후보를 생성하면 연구진이 공정 적용 가능성과 특성을 평가하고 실험 결과를 다시 AI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는 구조다. 해외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AI가 설계한 재료를 검증하는 등 재료 설계, 시뮬레이션, 실험 데이터를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종적으로 AI 에이전트를 통해 소자·회로·제품 설계 → 결과 사전 예측 → 공정실험계획(DOE) 설계·실험 → 결과 분석으로 이어지는 전 개발 영역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최근 제조업에서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통해 공장 운영을 무인화하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연구개발(R&D) 역시 같은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 상무는 "다크 팩토리처럼 엔지니어들이 해온 설계와 실험 과정이 지식화되고 서로 연결되면 연구개발도 결국 자동화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연구개발의 AI 전환은 필수적이며 전환이 늦어질 경우 향후 R&D 속도가 뒤처질 수 있다고 보고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설계와 소재 개발, 공정 관리, 불량 분석, 생산 운영 등 디스플레이 제조 전 영역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AI 생산 체계를 도입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냈다. 개발 영역의 경우 패널, 기판, 광학, 재료, 소자 영역을 중심으로 AI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설계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설계도가 그려지는 '디자인 네비게이터' 기능이 대표적이다. 설계 절차 기준에 따라 설계 항목을 설명하고 수치를 입력하면 3D 설계도가 만들어진다. 보통 신규 설계가 아닌 기존 제품 일부를 수정하는 설계가 대부분인 만큼 설계 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널 외곽부 설계에서도 AI 기반 자동 설계를 통해 AI가 설계와 동시에 성능 평가를 진행한다. 최종 판단은 엔지니어가 맡는다. 이를 통해 설계 시간을 단축하거나 새로운 설계에도 대응할 수 있다. OLED 소재 개발에도 AI를 활용한다. OLED 재료의 경우 분자 구조 조합만 수억 개에 달하는 만큼 후보 물질 탐색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 LG디스플레이는 그래프 신경망(GNN)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제 합성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있다.
박학수 LG디스플레이 AI·빅데이터 담당 상무는 "목표는 2030년까지 슈퍼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전 영역에 AI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1개 팀 업무를 팀장과 AI 팀원이, 1개 공장을 공장장과 AI 에이전트 팀원들이 수행하는 구조가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연구개발 부문의 AI 전환 확대가 시급하지만 정보 유출 우려와 엔지니어들의 보수적인 태도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정 엔지니어들은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생산이나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불량 원인 분석 등 영향이 제한적인 영역부터 AI를 적용하고 성공 사례를 빠르게 축적해 현업의 신뢰를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 OLED 산업이 국가 핵심기술로 분류돼 정보 보안 규제가 엄격한 점도 AI 활용의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챗GPT 등 상용 AI 활용에 따른 보안 문제를 고려해 엑사원이나 큐원(Qwen)과 같은 오픈형 모델을 사내에 구축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박 상무는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성공 체험을 늘리고 AI에 산업의 도메인 지식을 반영하는 방식 등으로 AI 전환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보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지만 슬기롭게 중심점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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