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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엘, 현대차 60년 파트너십…'모베드' 파운드리 낙점
이세정 기자
2026.03.11 07:00:18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생산거점…램프 제조사→로봇 부품사 '업의 전환' 진행중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0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출처=제미나이)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완성차 중심의 산업 구조에 로보틱스를 이식하는 새로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면서 자동차 부품사인 에스엘(SL)이 급부상하고 있다. 차량용 램프 제조사인 에스엘은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인 '모베드'(MobED)의 전용 생산 기지로 발탁되며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그룹 '모베드 얼라이언스'로 부품사 소프트랜딩 주도


10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에스엘은 지난 4일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모베드 얼라이언스'의 핵심 구성원으로 선발됐다. 해당 얼라이언스는 현대차·기아를 필두로 자동차 부품사 10곳과 로봇 솔루션 기업 5곳, 유관기관 등이 참여한다. 4개의 독립구동 DnL 모듈을 적용한 모베드는 불규칙한 노면이나 경사로에서도 차체를 원하는 기울기로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이다. 사용 목적에 따라 본체 상단부에 '탑 모듈'의 탈부착이 가능하다.


모베드 얼라이언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로봇 생태계 조성'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단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자율주행과 수소,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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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업체로서 60년간 국내 부품사들과 형성해 온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내연기관차에는 약 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친환경차로 전환될수록 부품수가 감소한다. 특히 로봇의 경우 배터리와 모터, 센서,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만큼 부품 수는 3000개 수준까지 축소된다.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장치를 생산해 온 부품사들이 공급할 품목 자체가 사라지는 '업의 소멸'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모베드(MobED) 상용화 모델 및 탑 모듈(Top Module) 결합 콘셉트 모델.(제공=현대차그룹)

아울러 폐쇄적인 전용 공급망이 개방형으로 바뀌면서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쌓아온 국내 부품사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따른 노동집약적 구조의 부품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면서, 기존 부품사들이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낙오하지 않고 소프트 랜딩(연착륙)하는 공생 해법을 모색해 왔다. 모베드 얼라이언스는 현대차·기아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숙련된 제조 역량을 갖춘 부품사를 로봇 밸류체인에 조기 편입시켰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 2020년부터 로봇사업…아틀라스 공급·파운드리 등 기대감


전체 매출의 80%를 차량용 램프 사업에서 창출하는 에스엘은 애초 자전거용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대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1969년 현대차로 헤드램프를 납품하며 60년 가까이 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 회사는 매출의 50% 이상을 현대차그룹에서 올렸으며, 국내 램프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유의미한 대목은 에스엘이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사 중 선제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한 2020년 말 로봇사업부를 신설하고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개인 '스팟'의 레그 어셈블리(하부 조립체)와 물류 로봇 '스트레치'의 인디케이터 램프의 공급은 에스엘의 조기 투자 결실이다.


특히 에스엘의 경산 진량공장은 모베드 위탁생산 기지로 발탁됐다. 이 회사가 모베드에 자율주행의 '눈'인 라이다(LIDAR) 모듈과 동력을 책임지는 배터리 팩 어셈블리(BPA)를 동시에 공급하는 만큼 중추적 역할을 부여 받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에스엘은 모베드의 조립과 검사까지 담당한다. 이와 함께 에스엘은 휠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플러드(PluD)의 어셈블리도 납품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영국 셀라필드 현장을 순찰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간 1만~1만5000대 가량의 모베드를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에스엘은 연간 최대 800억원, 3년간 최대 24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산된다. 나아가 에스엘은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부품 입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위치한 조지아 주 인근인 앨라배마 주에 생산 기지를 보유 중인 만큼 부품 수급이 수월하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에스엘은 현대차그룹이 국내와 미국에서 단행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에 따른 낙수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미국 투자액을 종전 210억달러에서 260억달러로 50억달러가량 증액했는데, 이 돈은 현지에 3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하는데 쓰인다. 또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새만금투자에서 로봇 제조와 부품 클러스터 조성에 약 4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여기에 더해 에스엘은 로봇 양산 본격화에 따른 실적 가시화가 이뤄질 경우 밸류 리레이팅(재평가)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남주신 DB증권 연구원은 "에스엘은 기계 모듈 제조 역량을 활용한 로봇 밸류체인 진입이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상으로 램프와 라이다 모듈, BPA 공급 확대가 기대되며, 밸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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