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보험업계는 2026년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이라는 양대 축에서 동시에 압박받는 국면에 진입해 고군분투할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제도 개선은 지연되고 비용 상승 요인은 누적되면서, 업계 전반에 '인고의 시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대인배상 제도 합리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8주룰' 도입 지연이다. 여기에 정비공임 인상과 부품비 상승까지 겹치며 보상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자동차보험 손익은 2024년 4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고, 손해율 역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80%를 넘어선 상태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딜사이트와 만나 "8주룰의 핵심은 타박상·염좌가 대부분인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치료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제도는 과도한 대인배상 보험금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불필요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상환자 치료비는 빠르게 불어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경상환자 1인당 치료비는 2014년 30만원 수준에서 2024년 120만원까지 치솟았다. 치료비 증가는 향후치료비를 포함한 합의금 확대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8주룰을 둘러싸고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제기되지만, 전 연구위원은 통계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5년간 매년 약 150만 건에 달하는 경상환자 치료·합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90%가 8주 이내에 치료를 종료하고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 역시 제도 도입 논리를 뒷받침한다. 전 연구위원은 "경상 상해는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스페인·캐나다·영국 등에서는 환자에게 상해 입증 책임을 부여하거나 치료 기간과 보험금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작성지침에서도 염좌 환자의 치료 기간을 3주로 보고 있고, 산재보험 역시 최대 6주까지만 요양을 인정한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수지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은 보험료와 손해액 간 괴리다. 정부의 상생 정책 기조 아래 자동차보험료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인하됐지만, 물가 상승으로 외제차 부품비와 정비공임은 크게 올랐다. 전 연구위원은 "보험료는 낮아졌는데 손해액은 늘어나면서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보험영업이익을 관리하려면 보상제도 개선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8주룰과 함께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법제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손보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세대 실손보험의 합산 위험손해율은 119%를 넘어서며 보험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비급여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차세대 상품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정책 효과를 점검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연구위원은 "4세대 실손보험 계약자 중 실제로 구세대 상품에서 전환한 소비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도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세대 실손보험만 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비급여 비율은 낮아졌지만, 지역별로는 서울, 의료기관 유형별로는 병원급에서 비급여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며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늘리지 않도록 유도할 정책적 장치가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서비스 시장의 구조적 특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 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는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과 진단을 환자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면서 소비자가 비급여 진료를 비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만큼, 시장 특성을 반영한 보완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 분야에서는 2026년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종신보험 계약자가 사망보험금 일부를 연금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고령층의 노후소득 보완 효과가 기대된다. 전 연구위원은 "종신보험이 가족을 위한 보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계약자 본인이 수혜자가 되는 구조로 보험의 성격이 변화할 수 있다"며 "묶여 있던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 설계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해약환급금을 연금 형태로 환산할 때 사망확률·금리·해지율 등의 가정이 적용되다 보니, 보험계약대출을 활용했을 때와 실제 수령액 간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며 "계약자가 유동화를 선택하지 않거나, 종신보험 감소로 보험사의 보험계약마진(CSM)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험계약자에게는 이득이 되면서도 보험사에 과도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종신보험까지 주요 보험 상품 전반에서 구조적 조정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2026년은 보험산업 전반의 체질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의 속도와 설계 완성도가 향후 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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