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보험사의 자산운용이 단순한 부수 업무가 아니라 소비자 혜택과 신뢰를 연결하는 핵심 사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보험사들은 장기적 운용수익을 기반으로 배당, 보험료 할인, 맞춤형 건강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를 통한 운용 유연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사 자산운용 전문가로 꼽히는 노건엽 박사는 지난 18일 딜사이트와 인터뷰를 통해 "보험사의 본업은 보험상품 판매뿐 아니라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려 약속한 소비자에게 돌아갈 돈을 마련하는 것 자체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사 실적 발표에서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을 분리해 공개하는 관행에 대해 언급하며 "보험손익이 줄고 투자손익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본업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노 박사는 그 이유를 보험시장 구조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보험시장이 사후 보장 중심에서 '생존 중 혜택'을 중시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소비자들이 더 이상 사망이나 질병 발생 시에만 혜택을 받는 전통적인 보험상품에 만족하지 않게 됐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동안에도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 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2001~2011년에 평균 6.5%였으나 2014~2024년에 0.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도 12.6%에서 5.2%로 하락했다. 이는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전통적 보험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상품들은 중대한 질병 진단 시 사망보험금 일부를 생존 시점에 지급하거나 요양자금으로 전환해주는 방식, 건강관리·헬스케어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 등으로 소비자가 살아있는 동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노 박사는 이러한 혜택이 지속되려면 장기간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용수익이 있어야 배당, 중간 환급, 보험료 할인, 생활 서비스 제공 등이 가능하며, 이는 곧 소비자 신뢰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증권사가 연금상품 시장을 장악한 이유도 운용수익을 가입자와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그는 자산운용 유연성이 소비자 혜택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춰 운용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20년 전 도입된 규제 틀에 묶여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에 도입한 보험사 자산운용 비율 한도를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적용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동일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총자산의 3%) ▲대주주·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자기자본의 40%, 총자산의 2%) ▲부동산 투자제한(총자산의 15%) 등이 있다.
노 박사는 자산운용의 구체적 방안으로 채권 외 자산 확대, 단계적 가상자산 운용 허용, 스테이블코인 활용 등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변동성이 커진 금융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소비자 혜택을 환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 박사는 "소비자 보호는 보험사의 존재 이유이자 최우선 가치이지만,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 보호 자체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한 유연한 운용이야말로 진정한 소비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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