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구형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공급을 줄인 여파로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DDR5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반짝 이익'은 길어야 1년 남짓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만을 비롯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DDR4 생산을 확대하며 이른바 '끝물 장사'에 뛰어든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범용 D램 DDR4의 공급 부족 현상이 여전하면서 가격이 상승곡선을 이어오고 있다. 상승폭이 가장 큰 제품은 DDR4 8Gb(1Gx8)이다. 지난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 모두 해당 제품을 7달러 선에서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기준 2달러 대였던 제품이 반년 만에 250% 이상 오른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홍콩·대만 등 딜러 마켓에서는 10달러 선에서도 거래되고 있다"며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딜러들이 DDR4 제품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이들은 2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SKT·KT·LG유플러스 중) 국내 한 통신사는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DDR4 공급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딜러 마켓에서 10달러에 나머지 재고를 채웠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격 급등은 중국 CXMT의 물량 공세와 제품 세대 전환기가 맞물린 데 따른 결과다. CXMT는 범용 D램 시장에서 체급을 키우고자 지난해부터 DDR4를 저가에 대량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DDR4 8Gb를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가격이 떨어지자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DDR5 등 선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를 끝으로 DDR4 생산을 종료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CXMT마저 DDR4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격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문제는 DDR5의 응용처가 아직 많지 않다는 것이다. DDR4는 지난 2014년 본격적으로 양산돼 10여년 넘게 대부분의 대부분의 PC·스마트폰·가전·자동차 시스템에 사용돼 왔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CPU는 메모리 인터페이스가 정해져 있는데, 컨슈머 시장에서는 여전히 DDR4를 쓰는 사양이 많다"며 "DDR5로 전환하려면 CPU와 메인보드 등을 함께 교체해야 해 고객사들의 비용 부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교체한 이후에도 시장에서 안정성을 검증 받는 데 걸리는 물리적 시간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 생산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메모리 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만 난야테크놀로지는 DDR4 캐파(생산 능력)을 50% 확대했고, 윈본드 역시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했다. 가격 상승세가 내년까지 '반짝' 이어지고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에도 불구, 업계에서는 막판 이익이라도 거두겠다는 분위기다.
급기야 중국 CXMT의 재참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에는 CXMT가 DDR4 생산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CXMT가 DDR5와 LPDDR5 생산에 착수하긴 했으나 기술력은 여전히 떨어진다. DDR4는 손쉽게 다시 찍어내면 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CXMT의 D5 전환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특히 서버용 하이 스피드 제품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최소 1년은 혼돈의 시간이 될 것 같다"며 "국내 중소형 부품 업체들은 DDR4 물량을 거의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면 시장에서 거부 반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내년쯤 '생색내기' 식으로 분기별 가격을 10%만 깎아줘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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