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카페나 택배함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루키가 로봇 전용 수직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를 타고 사옥 곳곳을 오가며 자리까지 물건을 가져다줍니다. 네이버가 포털 기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옥을 둘러보면 네이버가 로보틱스 연구개발(R&D)에 상당한 역량을 투입해왔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네이버의 한 내부 관계자)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의 사내 커피숍 앞. 자율주행 로봇 '루키(Rookie)'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를 이용해 커피, 도시락, 택배 등을 직원 자리까지 배송한다. 5만평 규모의 스마트빌딩을 오가며 하루 수백 건의 업무를 수행하는 루키는 네이버가 추진 중인 로봇 기술 실증의 중심에 있다.
건물 이름 '1784'는 주소이자 1차 산업혁명의 시작 연도를 의미한다. 이곳은 로봇, AI,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등 네이버의 선행 기술을 통합적으로 실증하는 공간이다. 실제로는 루키 외에도 양팔 로봇 '앰비덱스(AMBIDEX)', 드로잉 로봇 '아르토원(ARTO-1)', 고중량 서버 운송용 로봇 '세로(SeRo)', '가로(GaRo)' 등 다양한 로봇들이 상주하며 실제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네이버는 로봇(M2)과 백팩형 맵핑 기기를 활용해 1784 건물 전체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했다. 루키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고정밀 3D 지도를 기반으로 네이버 클라우드와 5G 네트워크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ARC(AI·Robot·Cloud, 아크)'가 로봇 제어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ARC는 엘리베이터 호출, 자동문 제어, 장애물 회피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전용 5G 특화망은 로봇 간 통신 지연을 최소화해 수백 대 로봇의 동시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핵심은 '브레인리스(Brainless)' 구조다. 로봇 내부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연산과 판단이 이뤄지는 이 구조는, 공간지능이 결합된 대규모 로봇 시스템 구축을 가능케 한다. 로봇 운영체제(ROS), 디지털트윈, 스마트게이트, 사내 앱 '네이버웍스'까지 통합된 플랫폼은 물리적 공간과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술 축적 속도도 빠르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는 총 72건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이 중 24건이 로봇 관련 기술이다. 로봇 제어, 실내외 맵핑, 충전, 공간 최적화 등 '로봇 친화형 건물' 구현을 위한 기술이 대거 포함됐다. 누적 특허는 460건 이상이며, 루키의 배달 서비스는 6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로봇 전용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인접 건물 '그린팩토리'로 배달 영역을 확장해, 일반 건물에서도 자율주행 로봇의 안정적 운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글로벌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미국 MIT와 함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 중이며 이달 중 1784에서 기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전기 모터 사족보행 로봇 '치타(Cheetah)' 개발자 김상배 교수팀과의 협업으로 제어 중심 로봇 기술의 진화를 노리고 있다. 서울 북촌에서는 스위스 로봇 스타트업 리버(RIVR)와 함께 사족보행 로봇을 활용한 디지털트윈 제작 실증을 진행 중이다.
해외 도시 협력도 활발하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고, 최근엔 사우디 신도시 '뉴 무라바' 개발사(NMDC)와 협약을 체결했다. 팀네이버는 메카, 메디나, 제다 지역의 디지털트윈을 완료했으며, 리야드와 담맘 등 주요 도시로의 확장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기술 수출은 네이버의 로보틱스 경쟁력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올해 초 네이버를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서 '인테그레이터(Integrator)' 부문에 선정했다. 로봇 운영체제(OS), LLM, 제어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등 휴머노이드 생태계 전반의 기술을 모두 자체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브레인' 부문에 포함된 소프트웨어 중심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기술 역량으로 평가된다.
네이버는 로보틱스를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닌 차세대 플랫폼 기술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단일 기기 개발을 넘어 건물, 도시, 네트워크 전반을 연결하는 로봇 기반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ARC 시스템은 수백 대의 로봇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며 1784는 이러한 시스템을 실증하고 검증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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