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 해도 벤처캐피탈(VC)에게 상장은 크게 필요치 않았다. 유한책임투자자(LP)로부터 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한 뒤 투자를 진행하는 VC의 특성 때문이다. VC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주주가 아닌 LP라는 점이 명확했다. 언제부턴가 이 같은 인식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VC가 점차 대형화하면서 운용사출자금(GP커밋) 조달이 절실해졌고 창업 당시 주주들에게 투자금 회수를 해줘야 한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그 결과 현재 20여개에 달하는 VC들이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VC가 상장사로서 시장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주주들에게 양호한 투자수익률 혹은 배당수익률을 안겨주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딜사이트는 상장 VC의 문제점을 조망해보고 해결책을 제기해보고자 한다.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3월 14일 공모가를 크게 웃돈 주가와 함께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벤처시장이 호황이었고 김진하 대표는 국내 투자업계에서 '중국통'이라는 고유한 강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거란 기대를 모았다. 상장 3년 후인 2021년 16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이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역시 줄곧 하락세를 이어갔고 매출은 역성장 중이다. 4년 전만 해도 주요 포트폴리오인 에이치피오의 상장 효과로 투자조합 수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현재는 주요 투자사 중 하나인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의 부실기업 논란에 직면한 상태다.
웨인힐스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자동 변환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업이다. AI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기대가 모이자 잇따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웨인힐스가 지금까지 투자 유치한 금액은 163억원이 넘는다. 린드먼은 지난 2021년 웨인힐스의 시리즈 A라운드 주요 투자사로 참여했다.
웨인힐스 효과로 린드먼 주가는 크게 뛰었다. 하우스는 지난해 1월 11월 전 거래일 대비 약 30% 오른 6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오픈AI의 글로벌 GPT스토어에 웨인힐스 헬스케어A.I가 배포된다는 소식이 주가상승의 촉매가 됐다. 주가는 4월 말 746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웨인힐스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웨인힐스 블록'을 상장하겠다는 소식이 이틀 만에 53%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웨인힐스의 부실 경영이 드러나고 있다. 한 심사역은 "웨인힐스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매출을 부풀려 기업설명회를 하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린드먼이 웨인힐스 문제를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하는데 상장사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 웨인힐스는 최근 5년 동안 대주회계법인과 회계법인세일원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두 회계법인은 모두 웨인힐스 경영진으로부터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등 재무제표와 관련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감사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다.
이수민 웨인힐스 대표는 "기업설명회에서 매출을 부풀린 적 없고 외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실수로 감사를 신청해 거절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감 대상이 아니어도 투자는 받았기에 정동, 삼도회계법인으로부터 2022년과 2023년도에 각각 회계감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2018년 3월 린드먼의 공모가는 6500원에서 시작해 주가는 세 배 수준인 1만8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7년 여간 주가는 1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2000억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최근 700억원 규모로 줄었다.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오너인 김진하 대표의 지분율이 절대적이지만 최근 이 하우스가 주주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기업내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운용사들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말 기준 린드먼의 지분은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진하 대표가 60.98%를, 김 대표의 배우자인 이인숙 씨가 12.05%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이면서도 사실상은 가족기업이라는 지적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들도 상장을 해놓고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현실을 알고 있지만 오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내부적으로 대놓고 문제 제기를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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