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롯데렌탈이 최근 불거진 유상증자 논란에도 자금 조달을 강행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렌탈은 롯데그룹 계열 제외에 대비해 새 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수혈받기로 했다. 하지만 소수 주주인 VIP자산운용(VIP운용)이 일반주주의 권리 침해를 이유로 반기를 든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롯데렌탈이 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롯데렌탈은 중도상환 청구 절차를 밟게 된다. 최대 7200억원 상당의 사채를 갚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 VIP운용, 롯데렌탈 지분율 4%대…대주주 변경 후 유증 철회 요구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VIP운용은 롯데렌탈이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딜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롯데렌탈이 지난해 진정성 있는 밸류업 동참을 선언하면서 주식 매입에 나섰다"며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는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VIP운용은 구체적인 롯데렌탈 지분 보유 현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4% 중후반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앞서 롯데렌탈은 올해 2월28일 이사회를 통해 21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시설자금 1219억원과 채무상환자금 9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이번 증자의 신주 발행가액은 2만9180원으로 확정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주 물량 100%를 어피티니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인 카리나 트랜스포메이션 그룹(Careena Transportation Group Limited)이 받기로 한 점이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12월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롯데렌탈의 인수를 결정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기 보유 중인 롯데렌탈 지분(61.2%)의 대부분인 56.2%를 총 1조5729억원(주당 7만7115원)에 팔기로 했으며, 올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딜(Deal)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오는 7~8월 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는 딜클로징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VIP운용은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인 데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 1분기 말 기준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394.1%로 집계됐으며, 현금성자산(기타유동자산 포함)은 6273억원으로 나타났다. 렌탈업이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렌탈의 재무건전성은 타사 대비 준수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560.2%였다.
김 대표는 "어피니티가 롯데렌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1조원 가량을 책정했는데, 사모펀드의 경영권 M&A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어피니티는 유상증자로 평균 인수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지만, 기존 주주들은 저렴한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면서 지분가치가 훼손될 뿐 아니라 지분 희석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사채 조기상환 이슈, 유동성 부족…주주 보호 위해 발행가 무할인
반면 롯데렌탈은 정상적인 기업 운영 방식일 뿐 아니라 3자배정 유상증자가 오히려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롯데렌탈의 기 발행 공모사채 총 1조5200억원 상당(올 1분기 말)은 지배구조 변경 시 중도상환 특약이 걸려있다. 실제 중도상환 여부는 액면이자율과 만기, 시장금리, 채권 보유자의 요구수익률 등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7200억원 수준의 사채 조기상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딜클로징 시점부터 2개월 내에 해당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자금 조달이라는 것이다.
롯데렌탈은 일반주주 배정이 아닌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에도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배정 방식의 경우 소액주주 다수가 신주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실권주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한다"며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 물량) 이슈를 최소화하고 일반 주주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3자배정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롯데렌탈은 유상증자 발행가액에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상증자의 경우 기존 주가에 10% 이내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반면 롯데렌탈은 오히려 기준시가를 적용해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정상적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위법성 없이 결정된 사안"이라며 "만약 사채 상환을 위해 차입을 늘리면 이자비용 증가에 따라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렌탈이 현재로선 재무건전성이 피어그룹 대비 양호하다곤 하지만 사채 상환을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4조3648억원, 순차입금은 3조807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롯데그룹과 어피니티의 거래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롯데그룹과 어피니티의 이익 극대화가 목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유상증자 전제 조건인 기업결합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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