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올해 들어 제주항공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 전환하는 등 현금창출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말 여객기 사고 이후 운항편을 축소하는 등 영업활동이 위축된 여파다. 제주항공의 자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플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3년 만에 적자 경영 조짐…배당 재개 등 주요 경영과제 차질 우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제주항공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2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만 해도 제주항공의 OCF는 1187억원에 달했다.
제주항공 현금창출력이 급격하게 나빠진 데에는 운항편 축소로 수익이 줄어든 점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에만 240억원에 이르는 분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여객기 추락 사고 후속 일환으로 비행기 운항 편수를 전년 동기 대비 약 14% 감축한 영향이다. 여기에 고환율로 인한 항공기 임차료 및 정비비 등 비용 부담이 겹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문제는 향후 사업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동계에 이어 하계 운항편도 감축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3월30일부터 오는 10월25일까지 월 평균 주 746회를 운항해 1년 전보다 주24회씩 감편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퍼센테이지로 환산시 운항편 축소율은 3% 수준으로 동계에 비해서는 감소폭이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제주항공의 적자 경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제주항공 연간 매출액은 1조602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407억원)로 돌아서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2년(-1775억원) 이후 3년 만에 적자 전환이 유력시되고 있다. 연간 당기순손실 추정치는 –498억원이다.
제주항공의 재무체력이 흔들리면서 기업 경쟁력을 경영계획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게 됐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말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대표적이다. 오는 2027년까지 연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25% ▲배당성향 35% ▲주가순자산비율(PBR) 3배 ▲시가총액 1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는 제주항공이 2018년 이후 7년 만에 배당을 재개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에 대비한 인수합병(M&A) 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LCC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려면 M&A를 통한 사세 확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M&A의 필요성은 지난해 7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CEO 메시지에서 직접 언급한 사안이기도 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계기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LCC 3사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통합 LCC 출범 예상 시기는 오는 2028년이다.
◆ 현금 줄고 부채 증가 '희비'…"신규 기재 도입·노선 강화"
제주항공이 영업수익을 내지 못하는 와중에 현금 곳간도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다. 올 1분기 말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별도 기준)은 1882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의 현금 자산은 2019년(206억원) 저점을 찍은 뒤 2021년 2849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감소하는 추세다. 제주항공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당시 206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유동성 위기를 한차례 넘겼다.
제주항공의 현금창출력이 나빠지고 부채는 늘어난 탓에 투자 여력 역시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올 1분기 제주항공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633%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8%포인트(p) 급증했다. 특히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3744억원)은 41% 늘었는데 제주항공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줄면서 외부 차입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신규 기재 도입 및 노선 다변화 전략을 앞세워 꾀할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미 상반기 중 차세대 항공기로 불리는 'B737-8' 3·4호기 도입을 완료했으며 하반기 중 추가로 기재를 들일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계약이 만료되는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고 신규 항공기를 도입했을 때 연간 운용 비용을 14%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계속해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해 새로운 노선에 취항하는 것은 물론 기존 노선 증편 등을 토대로 노선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면서 "기존에 발표했던 밸류업 계획은 2027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배당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M&A 추진은 통합항공사, 사모펀드 엑시트 등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좋은 기회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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