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범(凡)대성가이자 자동차 부품사인 모토닉이 오너 3세 체제를 빠르게 안착시키기 위해 자매경영에 나선다. 지난해 오너 2세인 고(故) 김영봉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경영권을 승계 받은 김희진 사장은 여동생을 사내이사로 새롭게 합류시키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모토닉이 공격적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책정한데 이어 창사 최초로 자사주를 소각한 배경에는 경영권 안정화와 무관치 않다. 절대적인 지분율을 구축하지 못한 만큼 시장과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모토닉은 이달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인과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1인 총 4인의 이사 선임안을 다룬다. 세부적으로 사내이사 후보에는 신현돈 대표이사 사장과 김유진 재무관리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인 김영목 부회장과 사외이사인 지병철 전 경북대 공학과 교수의 재선임안도 상정됐다.
주목할 대목은 김 이사다. 1991년생인 김 이사는 김 전 회장의 차녀이자 김 사장(1989년)의 두 살 터울 동생으로, 지난해 8월 부친이 작고한 이후 모토닉에 합류했다. 김 이사의 학력이나 입사 전 경력 등과 관련해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다.
김 이사의 사내이사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 모토닉 정관에 이사 수와 관련한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이사를 최소 3명 이상으로 하되, 사외이사가 이사총수의 4분의 1(25%) 이상이면 된다.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총 5명이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기존 안건대로 승인될 경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총 6명으로 늘어난다. 또 사외이사는 이사총수의 3분의 1(33%)로 기준을 충족시킨다.
◆ 경영수업 12년차 '대표' 등극…승계 기반 성과 無, 숙부 견제 필요성
시장에서는 김 이사의 사내이사 선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오너 3세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김 사장은 이렇다 할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 앞서 김 사장은 2013년 모토닉 재무관리부서에 입사하며 경영수업 첫 발을 내딛었다. 입사 10년차인 2022년 말 이사를 달았으며, 지난해 3월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4개월 만인 같은 해 7월에는 부친을 대신해 각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숙부(작은아버지)인 김 부회장이 건재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 사장은 지난해 부친으로부터 모토닉 주식 15.03%(2024년 말 기준)를 상속받으며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김 이사와 모친인 김혜옥 여사는 각각 7.5%, 2.61%를 받았으며, 김 사장 일가의 지분율 총합은 25.14%이다. 단순하게 김 사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이 38.83%인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이 회사 주식 13.09%를 보유한 단일 2대주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 김의근 모토닉 창업주 삼남인 김 부회장은 2000년 모토닉 등기임원(부사장)에 선임되며 형을 보필했다. 창업주는 오너 2세들이 형제경영을 펼치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주식을 2세들에게 나눠줄 당시 김 전 회장과 김 부회장에게 거의 동일하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창업주는 당시 대성그룹이 고 김수근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2세들 간 '형제의난'에 휘말렸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창업주는 김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특이점은 2004년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김 부회장이 2019년 하반기부터 경영 개입 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예컨대 김 부회장의 이사회 참석률은 2018년까지 0%였다. 사실상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렸을 뿐 이렇다 할 행보는 없었다. 하지만 2019년 11월부터 이사회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3분기 말까지 100%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이 시기가 김 전 회장이 투병생활을 하던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애초 김 부회장의 역할은 김 사장 체제가 자리 잡기까지 일종의 교두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 부회장은 형이 별세한 이후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직급 상으로는 김 사장보다 우위에 있다. 더군다나 올해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 8연임을 시도하면서 경영 참여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시장은 김 사장이 동생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작은아버지(숙부)인 김 부회장을 견제하고,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굳건히 다지려 한다고 보고 있다.
◆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자본준비금 감액해 주주 세부담 ↓…리더십 안착
모토닉이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이유 역시 김 사장의 리더십과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다. 김 사장의 경영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상황인 만큼 주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배당을 확대하고 주가를 부양시켜 리더십을 정립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모토닉은 지난해 실적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보통주당 600원, 총 13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전년 주당 450원, 총 97억원과 비교할 때 약 34% 늘어난 규모이며 설립 이래 최대다. 배당 확대는 지난해 호실적에서 기인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06억원과 영업이익 23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7% 늘었다. 배당 재원이 되는 순이익도 17.8% 불어난 324억원으로 나타났다.
모토닉은 1974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도 소각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 1137만2376주를 보유 중이었다. 자사주 비율이 발행주식수 3300만주의 34.46%에 해당할 만큼 과도하게 높은 탓에 주가 부양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모토닉은 지난달 6일 보통주 495만주를 소각했다. 소각금액은 80억원 상당이다. 자사주 소각 이슈는 곧바로 주가 상승 재료가 됐다.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한 2월3일 종가는 8400원이었고, 이달 10일 기준 9490원으로 13%(1090원) 상승했다. 아직 642만여주의 자사주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아울러 모토닉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자본준비금 감액의 건을 다룬다. 자본준비금(자본잉여금)을 감액하면 이익잉여금이 증가하게 되고, 세법에 따라 해당 증가분은 비과세 배당 재원이 된다. 원천징수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배당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모토닉 관계자는 "재무 전문가인 김 사장이 우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김 이사의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자매경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토닉의 자사주 소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에는 소폭의 변동이 발생했다. 김 사장의 경우 종전보다 2.65%포인트(p) 상승한 17.68%가 됐으며, 김 부회장은 2.3%p 확대된 15.39%로 집계됐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