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1차 밴더사이자 범(凡)대성가인 모토닉이 최근 오너 3세인 김희진 사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완료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사장이 부친 고(故) 김영봉 전 회장 별세로 모토닉 최대주주에 오르긴 했으나, 지분율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용 기화기 제조사로 1974년 설립된 모토닉은 하이브리드 차량용 오일펌프 제어장치와 수소연료전지 차량용 리셉터클 등을 생산해 현대차·기아에 납품하고 있다.
◆ 김희진 사장, 올 7월 대표 취임…숙부 우군 분류 '모호'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모토닉은 올해 7월 김영봉·신현돈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희진·신현돈 각자 체제로 전환했다. 신임 대표에 오른 김 사장은 1989년생으로 고 김의근 모토닉(옛 창원기화기공업) 창업주 손녀이자, 김 전 회장 장녀다. 김 창업주는 대성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 동생이다.
김 사장은 2013년 모토닉 재무관리부서에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는데, 부친의 병환이 깊어진 이후부터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입사 10년차인 2022년 말 이사로 승진한 김 사장은 올 3월 전무에 오르며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6월에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문제는 김 사장 일가의 지분율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재계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30% 이상일 경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 액면상으로 모토닉 2대주주(지분율 13.09%)인 김영목 비상근 부회장이 김 사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다. 김 부회장은 김 전 회장 동생이자 김 사장 숙부(작은아버지)다.
하지만 모토닉이 창업주 세대부터 형제경영 문화를 따라온 만큼 김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로 모토닉이 전자공시제도를 도입하며 최초 제출한 1998년도 회계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명예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을, 동생인 김 창업주가 상근 회장을 맡았었다. 창업주 차남인 김 전 회장은 오너 1세가 2000년 계열분리에 나서면서 모토닉 최대주주에 올랐고, 김 부회장은 2대주주가 됐다.
김 창업주는 용퇴에 앞서 2002년 말 보유 중이던 모토닉 주식을 전부 매도했고, 김 전 회장은 2003년 말 부친으로부터 회장 직함을 물려받았다. 창업주 삼남인 김 부회장 역시 모토닉 부사장을 역임하며 형을 도왔다.
오너 2세 경영체제에 변화가 포착된 것은 2005년이다. 이 시기 김 부회장은 모토닉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빠지는 대신, 모토닉 자회사로 자동차용 변속기를 제조하는 대성정기 경영에 집중하는 듯 했다. 이를 두고 창업주 세대처럼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모토닉은 2014년 대성정기를 흡수합병했고, 김 부회장은 비상근 임원으로 남게 됐다.
◆ 김 부회장, 적극적 경영 참여 부회장 승진…상생이냐 분쟁이냐?
주목할 부분은 김 부회장의 경영 개입 정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예컨대 김 부회장의 모토닉 이사회 참석률은 2018년 말 기준 0%였다. 2019년 3분기까지도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는데, 사실상 오너가 일원으로서 직함만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2019년 11월부터 매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김 전 회장 작고 이전 직위는 '이사'였지만, 김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시점에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나아가 김 부회장이 창업주 장남 고 김영준 씨 세 자녀(세민·성민·효진 씨)나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PEF) 피델리티 등 다른 세력과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 사장 사촌인 세민 씨 남매들의 경우 모토닉 주식 0.19%씩, 총 0.57%를 보유 중이다. 또 피델리티의 경우 올해 8월9일 기준 지분율이 4.5%다. 김 부회장이 김 사장보다 산업 이해도가 높은 데다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김 사장이 추후 주식를 매집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차입 없이 수백억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자금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돼서다. 김 전 회장은 올 4월 별세했는데, 오너일가는 약 2개월 뒤인 6월 상속세 신고를 모두 마쳤다. 김 전 회장이 생전 보유하던 모토닉 주식 25.11%는 김 사장(15%)과 부인 김혜옥 여사(2.61%), 차녀 김유진 모토닉 이사(7.5%)에게 상속됐다.
현행 법에 따라 상속세 신고는 상속인 사망 후 6개월 내에 하면 된다. 재벌가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납부가 쉽지 않아 5년 간 6회에 걸쳐 세금을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 사장 일가는 상속 주식에 대해 연부연납 담보를 설정하지 않았는데, 일시 완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 상속일인 6월17일 종가(8430원) 기준 김 사장 일가가 내야 하는 모토닉 주식 상속세는 약 420억원 규모이며, 부동산 등 추가 재산을 고려하면 500억원을 웃돌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토닉 주식 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은 김 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모토닉은 총 발행주식의 35%를 자사주로 확보하고 있다. 오너가와 피델리티 등 기존 주주를 제외할 경우 현재 유통되는 주식 비율은 20% 안팎이다.
이에 대해 모토닉 관계자는 "김 사장 일가의 상속세 납부는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며 "김 사장과 김 부회장의 관계는 우호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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