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자동차 부품사인 모토닉 오너일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힘입어 장악력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개인 돈 유출 없이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토닉이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자본 축소에 따른 재무적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연초 자사주 495만주 소각, 잔여 비율 23% '과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모토닉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자사주 642만2376주를 보유 중이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22.9%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앞서 한 차례 자사주를 소각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 비율이 34%에 육박하던 모토닉은 올 2월 80억원 상당의 자사주 495만주를 태운 바 있다.
1974년 자동차용 기화기 제조사로 설립된 모토닉은 1994년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꽤 오랜 기간 자사주를 높은 비율로 유지해 왔다. 모토닉은 2000년 주가 안정을 위해 처음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2008년까지 총 132만주를 사들였다. 당시 발행주식수가 330만주였던 만큼 자사주 비율은 무려 39.9%였다.
모토닉은 2008년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보통주 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실시했고, 자사주 수량 역시 10배 증가한 1320만주가 됐다. 이후 회사는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성과급 등으로 지급했고, 2014년 말 기준 1014만주(30.7%)까지 축소됐다. 모토닉은 주가 안정을 이유로 자사주를 꾸준히 매수한 결과 2022년 자사주 비율을 34.5%까지 다시 늘었다.
업계는 모토닉이 기 보유하던 자사주 물량의 44% 가량을 일시에 소각한 주된 배경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꼽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진 만큼 이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모토닉이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다룬 점 역시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일환으로 풀이된다.
모토닉의 자사주 소각은 실질적인 주가 부양 효과로 이어진 모습이다. 실제로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당일(2월3일) 8400원이던 주가(종가 기준)는 실제 소각이 이뤄진 2월6일 9120원으로 9% 가까이 올랐으며, 정기 주총 안건(자본준비금 감액)이 공개된 3월6일 이후 주가는 9490원까지 상승했다.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모토닉 역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주가 흐름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더군다나 모토닉의 경우 국내 공장을 제외한 해외 법인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관세 타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 전량 소각시 김희진 지분율 15.03→22.9%…잉여금 여력 '충분'
모토닉은 잔여 자사주를 추가 소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모토닉의 자사주 소각이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회사는 오너 2세인 고(故) 김영봉 전 회장이 병환으로 별세하면서 장녀와 차녀, 부인이 김 전 회장 주식을 상속 받았다. 그 결과 장녀인 김희진 사장은 모토닉 지분율이 종전 0.03%에서 15.03%로 확대됐고, 최대주주 지위도 확보했다. 차녀 김유진 전무는 7.5%를, 김혜옥 여사는 2.61%를 받았다.
김 사장 일가 3인의 합산 모토닉 지분율은 25.1%인데, 통상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30%를 밑돈다. 하지만 올해 이뤄진 자사주 소각으로 김 사장의 모토닉 지분율은 2.65%포인트(p) 상승했다. 김 전무와 김 여사는 각각 1.32%p, 0.46%p씩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 사장 일가의 총 지분율도 29.6%로 대폭 증가했다.
모토닉이 남은 자사주를 모두 태운다고 가정하면, 김 사장 일가는 사재 투입 없이 40%에 육박하는 지분율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기 잔여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면 김 사장 지분율은 22.9%가 된다. 김 전무는 11.4%, 김 여사는 4%의 모토닉 지분율을 보유하게 되며 3인 총합은 단숨에 38.3%로 늘어난다.
이 경우 김 사장 측은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 뿐 아니라 적잖은 가외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는 배당금 수령이 불가하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분모인 발행주식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배당총액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나아가 주당 배당금도 큰 폭 오르는 효과를 얻게 된다.
모토닉이 보수적인 재무 운용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회계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이 충분해야 한다. 모토닉은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이 4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종가(1만460원) 기준 자사주의 단순 가치는 약 672억원인데, 소각으로 잉여금을 차감하더라도 3655억원의 현금이 남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으로 유통주식 물량 자체가 과도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오히려 거래량이 위축되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모토닉 측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한 입장을 질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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