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유진그룹 지주사인 유진기업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기 전, 기 보유 중인 자사주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진그룹은 오너 3세인 유석훈 유진기업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데, 부친 유경선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증여하거나 개인 회사를 최상단에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배당 확대를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꼽고 있다. 유진기업의 재무전건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도 충분하다. 더군다나 이 회사가 과거 메자닌 증권을 발행해 현금을 조달한 전례가 있다는 점은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 자사주 비율 11.35%…소각 등 손꼽히는 주주친화 기업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전체 발행주식 7731만863주 가운데 877만2046주를 자사주로 들고 있으며, 발행주식수 대비 비율은 11.35%로 나타났다.
유진기업은 꽤 오랜 기간 높은 비율의 자사주를 유지해 왔다. 예컨대 유진기업은 2001년 처음으로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고, 2006년 말 기준 7.1%의 자사주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유진기업은 계열사 합병과 공격적인 자사주 신탁 계약 등으로 2008년 9월 말 기준 자사주 비중을 18%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후 자사주 매입과 처분 등을 반복하며 지금의 수치가 됐다.
특히 유진기업은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2014년 자사주 216만3043주의 자본감소(감자)를 단행했다. 당시 감자는 기 보유한 자사주 중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취득한 주식을 임의·무상 소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덕분에 일반 주주들의 주식수 변동은 발생하지 않았다.
유진기업은 2016년에도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이익 확대를 도모했다. 세부적으로 자사주 100만주를 대상으로 이익잉여금 재원의 무상소각을 실시했으며, 이듬해 역시 230만주의 자사주를 태우며 주주가치 극대화와 자본효율성 제고를 꿰했다.
◆ 실적 부진 탓 유동성 약화…'후계자' 유 사장, 지분 확대 필요성↑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단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유진기업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서 기인한 실적 부진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실적 성적표를 받은 이후 자사주를 소각했다. 실제로 2014년 소각의 경우 3년간 적자가 지속되면서 하락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의도가 컸고, 2017년에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데 따른 과실(果實)을 주주들과 나누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유진기업의 올해 실적은 우하향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6310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의 경우 94% 위축된 20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의 경우 112.6% 불어난 980억원을 달성하며 표면적으로는 수익성이 향상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회계 상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간 지분법이익이 3배 가까이 늘어난 1236억원이었는데, 평가 이익일 뿐 실제 현금 유입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유진기업이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크다. 유 회장 후계자인 유 사장은 경영혁신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로봇 계열사 티엑스알로보틱스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주도한 인물이다.
문제는 유 사장의 유진기업 지분율이 맡고 있는 역할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유진기업 최대주주는 지분율 11.54%의 유 회장이다. 하지만 유 회장 부친이자 창업주인 유재필 명예회장이 2.48%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유 회장 동생들도 각각 6.85%와 4.38%를 들고 있다. 반면 유 사장 지분율은 3.06%로 개인 주주 기준 네 번째에 그친다.
유진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유 사장의 지분율은 0.39%포인트(p)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애초 지분율이 낮은 터라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 3세 개인회사 활용 안할 듯…EB 발행 유동성 확보, 승계 실탄 축적
업계는 유 사장이 순탄하게 경영권을 이양 받기 위해서는 유 회장과 모친인 구금숙 여사 등이 보유한 주식의 증여를 꼽고 있다. 물론 유 사장이 지배하는 개인회사(우진레미콘 등)를 이용하는 방안도 있다. 구체적으로 우진레미콘이 유진기업의 자사주를 매수하는 식이다. 특히 우진레미콘이 2023년 유 사장의 승진을 앞두고 유진기업 주식 0.21%를 사들였다는 점은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편법'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우진레미콘의 유동성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 사장이 유 회장과 구 여사 보유 주식을 전량 수증한다고 가정하면, 총 220억원 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5년간 6회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매년 최소 37억원씩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는 유진기업이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EB를 발행한 뒤 배당 여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진기업은 2008년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사주 100억원어치를 대상으로 EB를 발행한 바 있다. 단순 계산으로 유진기업이 기 보유 자사주 전량을 EB로 찍어낸다면 이날 종가(3385원) 기준 300억원 상당을 조달할 수 있다. 해당 현금은 신규 투자 뿐 아니라 배당 재원으로 활용 가능한데, 유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자금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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