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과 KT가 '통신 대장주' 자리를 놓고 시가총액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1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분기 매출 같은 단기 실적을 비롯해 밸류업 계획 등 중장기적 요인에 따라 주가가 민감히 반응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대장주 자리에 변동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인공지능(AI) 사업이 미래성장 지표로 떠오르면서 단순 시총 비교가 아닌 미래기술 투자 역량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사 신사업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단계인 만큼 앞으로 자본적투자(CAPEX) 및 연구개발(R&D) 비중에 따라 '차세대 대장주' 자리가 판가름 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KT는 지난달 24일 SK텔레콤 시총을 약 700억원 앞서면서 '만년 2위' 꼬리표를 떼고 22년 만에 '통신 대장주'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여러 신사업 호실적과 주주환원책을 향한 시장 기대감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KT 주가는 지난 1년간 20% 가까이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 주가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SK텔레콤은 얼마 지나지 않아 KT 시총을 다시 역전하며 대장주를 재탈환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시총 격차가 크지 않아 향후 분기 실적 및 밸류업 이행 여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순위가 뒤집히는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 시총 격차는 2023년 말 2조3000억원대에서 18일 종가 기준 3000억원대로 90% 가까이 줄었다.
만년 2위였던 KT로선 역전 가능성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호재지만 SK텔레콤으로선 수십년 동안 이어온 장기집권 체제가 처음으로 위태로워진 셈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2021년 SK하이닉스 등 비(非)통신사를 SK스퀘어로 인적분할한 만큼 금융·부동산 등 사업을 병행 중인 KT와 단순 시총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최근 탈(脫)통신화를 가속 중인 통신업계서 AI 관련 신사업이 새 성장 지표로 떠오른 점을 고려하면 양사 경쟁 구도는 단순 시총 비교에서 기술 진검승부로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업계 전반으로 5G 기지국 투자가 완료된 뒤 CAPEX 등 투자 규모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비용 절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AI 투자 적기를 찾아 본격적인 기술,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293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하며 전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비중도 2.18%로 0.13%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KT 연구개발비는 15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비중도 0.77%로 0.06% 포인트 하락했다.
CAPEX의 경우 SK텔레콤 투자 감소 폭이 더 컸다. 지난해 기준 SK텔레콤은 2조3940억원, KT는 3조1230억원의 CAPEX를 집행하며 전년 대비 각각 12.7%, 6%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양사 모두 인력 조정 등을 통해 AI 전환을 위한 기틀을 구축 중인 단계로 대대적인 투자 집행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AI 투자의 경우 기존 통신 투자처럼 CAPEX에 치중돼 있지 않고 연구개발비 등 다양한 부문에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표를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올해 기존 AI 사업 전략을 다각화하고 매출 비중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투자기반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AI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 비중 크게 늘리는 등 AI 진검승부를 예고한 바 있다.
먼저 KT는 기업간거래(B2B) 부문 중에서도 정보통신(IT)·통신·미디어 부문서 AI를 대거 접목하며 매출 규모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지난해 기준 1조원대의 AI·정보기술(IT) 매출을 두자릿수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중인 한국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올 상반기 출시하며 B2B 부문 레퍼런스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CAPEX는 5G 투자 감소에도 AI 기술·사업 고도화가 이어지는 만큼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는(CFO)는 "별도 기준으로 B2C 부문 투자가 일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AI 고도화 영향으로 CAPEX 규모는 꾸준하게 유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근 AI 매출이 가시화 되고 있는 AI데이터센터(AIDC), AI전환(AIX) 등 B2B 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AIX 매출은 1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급증했고 AIDC 매출도 3974억원을 기록하며 13.1% 고성장했다.
AIDC의 경우 올해 람다와 협력을 기반으로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해 매출 비중을 두 자릿수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 B2C 부문에서도 AI 에이전트인 '에이닷'을 연내 유료화해 수익 구조를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올 상반기 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글로벌형 AI 에이전트인 '에스터' 오픈 베타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사업·기술적 약진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CAPEX 전반을 절감해 AI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양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APEX를 통해 기존 투자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AI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노력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기존 CAPEX를 절감해 AI 컴퍼니 전환에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일회성 아닌 지속성에 초점을 둘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사는 지난해 4분기 인력 조정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 254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했다. KT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655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양사는 올해 인력조정 등 비용감축 효과를 기반으로 운영·투자 효율화를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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