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약 만드는 것도 결국 '비즈니스'입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며 성공 가능성도 극히 낮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기대감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고 기업의 가치는 실질적인 사업성보다 미래 비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기대감보다는 실질적인 성과와 사업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IPO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성장과 자금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다. 과거에는 여러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기업 가치가 인정됐고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 진입도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최근 IPO 요건이 강화되면서 단순한 파이프라인 보유만으로는 상장이 어려워졌다. 투자자들은 이제 후보물질의 개수보다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상장 이후의 요건도 더욱 엄격해졌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시가총액 300억원, 매출액 100억원 이하 기업은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투자자의 새로운 평가 기준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단순히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과 실제 사업화 전략에 달려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이나 라이선스 아웃(L/O) 실적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핵심 요소다. 반면 자체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명확한 사업화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IPO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 파트너십 확보와 상업화 로드맵 수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신약 개발도 결국 비즈니스다. 이제는 기업이 스스로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현실적인 가치를 입증하는 기업만이 IPO의 문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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