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민희 기자] "2024년 12월 5일, 00시 00분부터 전 권역의 유료방송 서비스에서 방송 송출 종료될 예정입니다."
작년말 국내 홈쇼핑업계에서 처음으로 블랙아웃(송출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CJ온스타일이 딜라이브, 아름방송, 씨씨에스충북방송에 방송 송출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홈쇼핑업계와 방송사업자 간의 송출수수료에 대한 갈등이 심화된 결과였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CJ온스타일과 방송사업자의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과기정통부의 대처가 단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TV홈쇼핑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대표적인 공생 관계에 있다. 방송사는 홈쇼핑으로부터 받는 송출수수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홈쇼핑은 방송사가 사업을 접으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양측 모두 공멸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특히 갈등이 극에 달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홈쇼핑이 송출수수료를 충당하기 위해 협력사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협력사는 이러한 수수료를 반영해 물건을 조금 더 비싼 값에 물건을 팔아야 하고,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은 TV 시청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송출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에 있다. 통상적으로 홈쇼핑업계와 방송사업자는 매년 1대 1의 방식으로 송출수수료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이 결렬될 경우 송출수수료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주관의 대가검증협의체를 신청하게 된다. 이 협의체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양측의 요구사항을 조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대가검증협의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신속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분쟁 조정이나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 갈등의 뿌리를 완전히 끊어내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대가검증협의체는 수십년 간 이어져 온 송출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과기정통부의 대가검증협의체를 그저 '보여주기식' 회의로 여기고 있다.
여전히 두 업계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인하를 원하는 반면, 방송사업자는 이를 인상하길 희망하고 있어서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견 속에서 소비자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마냥 매번 피해를 입고 있다.
이제라도 과기정통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대가검증협의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협의체는 송출수수료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져야 한다. 공정한 계약 체결을 촉진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두 업계의 공멸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과기정통부의 중대한 책임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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