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지난해 법정관리(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위니아에이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와 큐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DIP(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을 통해 100억원을 조달받은 것이다.
DIP 파이낸싱은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구제금융이다. 회생기업은 보유한 부동산이나 사업 부문, 특허권 등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투자자는 기존 채권자보다 우선 변제받을 권리를 확보하고 파산 위험을 감안해 높은 이자율을 보장 받는다.
위니아에이드는 위니아의 유통·물류·사후서비스(AS) 부문을 분리해 물적분할한 회사로 물류센터, 창고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큐리어스파트너스와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위니아에이드의 물류 거점 등 부동산 자산을 후순위 담보로 제공받아 DIP 투자를 진행했다.
위니아에이드는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여러차례 공개입찰을 진행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연이은 매각 유찰로 파산 위기에 몰렸으나 사모펀드의 DIP 자금으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물류센터 운용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 대금을 지급하는 등 핵심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위니아에이드 사례는 '새 주인'을 찾는 것만이 기업 회생의 유일한 길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DIP 파이낸싱은 회생 과정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지만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담보로 내놓을 자산이 없는 기업은 DIP 자금을 유치하기 어렵고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경영 개선과 재무구조 개편에 실패하면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어떤 기업에는 M&A를 통한 새 주인을 찾는 것이 필요할 수 있지만 또 다른 곳은 단기 유동성만 확보해도 기업 정상화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회생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기업 상황에 맞는 맞춤형 회생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모펀드다.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은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반면 사모펀드는 고위험 투자에 특화된 자금 운용 방식과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회생 기업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 이들은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회복할 수 있게 한다. 잠시나마 위니아에이드를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도 사모펀드였다.
그간 사모펀드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을 써왔다. 기업을 인수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단기적 수익 극대화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지난 몇 년 간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후 무리하게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치거나 기존 경영진들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더욱 싸늘해졌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경영 전반에 개입하며 혼란을 키운다는 부정적 시선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의 자본력과 경영 노하우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되살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채권자와 주주들에게는 상환 가능성을, 직원들에게는 고용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경영진에게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단기 투자차익을 노리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기업 구원투수'로 변신한 사모펀드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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