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올해 3분기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이 6조원 이상 감소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수신이 옮겨간 데다,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자금으로 현금이 몰린 탓이다. 미국 대선 결과 발표 후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리인하기 예대마진 축소와 가계대출 감소에 대비할 주요 예금이 줄면서 4분기부터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은 올해 3분기 말 517조31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6조6541억원 줄어든 규모다. 요구불예금과 MMDA 등 저원가성예금은 올해 들어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527조7649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분기 만에 10조원 이상 감소했다.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가 연 0.1% 내외 수준의 수신잔액이다. 낮은 이자율로 조달할 수 있는 예금으로, 예대마진을 확대하는 데 주요한 수단이다. 저원가성 예금 유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대비 3분기 저원가성 예금 감소폭은 신한은행이 3조1062억원(2.37%)으로 가장 컸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3조723억원(1.98%)의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했다. 이 외에 하나은행 2조3278억원(1.94%), 우리은행 1조9412억원(1.57%)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감소세는 10월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10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전월 대비 5조3369억원이나 급감했다.
연말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은행의 NIM은 모두 연초 대비 떨어졌다. 낙폭이 가장 컸던 하나은행의 NIM은 올해 3분기 1.47%로 1분기 대비 8bp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6pb 내린 1.62%, 신한은행은 5bp 하락한 1.65%를 기록했다. 1.46%의 NIM을 기록한 우리은행의 하락폭은 4bp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에서 빠져나간 저원가성 예금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유입됐다. 카카오뱅크의 요구불예금은 올해 3분기 말 31조5839억원으로 전년 말 26조764억원 대비 20.7% 증가했다. 토스뱅크의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3개월 이내 만기 예수부채는 상반기 기준 26조1088억원 규모다. 전년 동기 20조3925억원 대비 23% 증가했다. 요구불예금 이자율이 1%선에 머무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이 2%대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과 입출금통장을 내놓으며 가계 수신이 이전된 것이다.
최근 금리인하기가 이어지며 대출금리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금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는 만큼 은행 수익성이 추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NIM 하락에도 대출자산 자체가 늘면서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로 4분기에는 실적 방어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예대마진과 대출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선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악화한 NIM 개선을 위해선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미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한 경기상황 속에서도 높은 투자심리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 중 올해 빠져나간 수준만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의 급여통장 및 연금계좌, 가맹점의 카드대금 입금계좌 등을 확보하는 것이 요구불예금 증가의 가장 효과적 전략이기 때문에 은행권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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