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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SMC와 '적과의 동침' 이유는
김민기 기자
2024.11.08 06:00:26
파운드리 수율 저조, 턴키 전략 일부 수정 통해 HBM4 성공 총력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10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대만 TSMC 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4.10.23(사진=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기존 '원스톱' 턴키(일괄공급)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채용한 것처럼 반도체에서도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경쟁자와 맞손을 잡겠다는 것. 이에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TSMC가 협력에 대한 논의가 일부 진행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커스텀 HBM의 베이스 다이 관련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발언은 HBM4의 '원스톱' 전략 수정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 회사는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 기업(IDM)의 장점을 강조해왔다. 베이스 다이와 HBM의 설계부터 최적화가 가능해 HBM4부터는 '원스톱' 설루션으로 HBM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 컨콜을 통해 전략을 일부 바꿨다. 엔비디아, 구글 등 대형 고객사가 원하는 '맞춤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파운드리 라이벌과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베이스 다이는 HBM 맨 아래 탑재되는 핵심 부품으로 '로직 다이' 또는 '버퍼 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 요구에 맞춘 기능을 넣기 위한 공정을 거치면서 메모리 업체 혼자가 아닌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제작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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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체 파운드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TSMC와의 협력을 결정한 것은 현재 HBM의 수율과 성능이 글로벌 빅테크의 요구 사항에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 퀄(품질) 테스트 통과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최근 파운드리 투자를 줄이고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HBM4 개발이 본격화될 때까지 파운드리 수율이 올라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TSMC와의 협력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 중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게 TSMC와의 협력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HBM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엔비디아는 최근 TSMC와 AI칩셋 블랙웰의 설계 결함 등으로 인한 갈등이 터졌지만 오히려 백기를 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엔비디아가 HBM에서는 SK하이닉스 이외에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등의 공급 다변화를 강화하고, 파운드리도 TSMC 이외에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AI 수요 급증으로 인한 HBM 생산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HBM의 퀄 통과가 필요하다. 이처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삼성전자와 TSMC의 협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HBM3E 조건부 퀄 통과 소식이 나오면서 HBM 공급 확대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의 HBM이 수율과 성능을 모두 통과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당장 제품 성능이 나오는 일부 제품을 선별해 퀄 통과를 시켜 판매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3분기 컨콜에서 HBM3E 개선 제품을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내년 상반기 내에 해당 개선 제품의 과제 양산화를 위해 고객사들과 일정을 협의키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HBM3E 납품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도 올초에 이뤄졌고, 인텔도 TSMC에 파운드리를 맡기고 있다"며 "비즈니스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고, 삼성전자도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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