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리튬이온 2차전지 기업 '엠플러스'가 '전환사채(CB) 돌려막기'에 나섰다. 2년여 전 발행한 제3회차 CB를 상환하기 위해 제4회차 CB와 제5회차 CB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2차전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CB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청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제3회차 CB의 조기상환을 요구한 투자자들과 제4회차 제5회차 CB의 투자자가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가 리픽싱 최저 한도를 장시간 하회하자 기존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사실상 CB를 재발행해 줬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엠플러스는 이달 11일 25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를 발행했다. 4회차 CB 150억원과 5회차 CB 100억원으로 나눠 납입을 마쳤다.
세부적인 조건을 살펴보면 4·5회차 CB의 표면 이자율은 0%, 만기 이자율은 2%로 설정됐다. 전환가액은 1만656원으로 사채 만기일은 2029년 10월 11일이다. 시가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다.
이번 CB 발행은 2022년 5월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3회차 CB 채권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2022년 5월 3회차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1만8487원으로 정해졌다. 이후 한 차례의 전환가액 조정을 거쳐 전환가액은 1만6639원으로 낮아졌다. 2022년 5월 1만7000~1만8000원대를 오르내리던 주가는 이달 들어서는 1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3회차 CB의 표면·만기이자율은 모두 0%다. 이에 3회차 CB 투자자들은 사실상 주가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 조기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부분은 풋옵션을 행사한 3회차 CB 투자자 일부가 4·5회차 CB 투자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3회차 CB는 ▲에벤투스-아이비케이씨 2차전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엔브이메자닌플러스사모투자 합자회사 등 2곳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반면 4회차 CB는 ▲에벤투스2차전지제1의2호 사모투자 합자회사 ▲KB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4곳을 대상으로, 5회차 CB는 엔브이메자닌플러스사모투자 합자회사를 대상으로 발행했다.
사실상 에벤투스-아이비케이씨 2차전지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에벤투스2차전지제1의2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의 위탁운용사(GP)인 에벤투스파트너스, 엔브이메자닌플러스사모투자 합자회사의 GP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재투자에 나선 것이다.
엠플러스 관계자는 "이자가 없었던 3회차 CB에 참여했던 투자자는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입었기에 우선권을 줬다"며 "(4·5회차 CB) 협상 과정에서 만기 이자 2%를 주는 대신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삭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4·5회차 CB의 경우 리픽싱 조항을 삭제했지만 만기이자율 2%를 제공키로 했을 뿐만 아니라 전환가액을 낮추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3회차 CB의 최저 전환가액은 1만6639원, 4·5회차 CB의 전환가액은 1만656원으로, 단순계산하면 재투자자들은 결국 전환청구권 행사시 주당 6000원가량의 추가 이익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엠플러스는 리픽싱 조건을 삭제한 만큼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에 베팅했다는 설명이다. 엠플러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0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 하락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 구간으로 접어들면서 납품을 미뤄달라는 고객사의 요청 탓에 매출이 제때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2900억원으로, 당초 엠플러스 측은 2900억원 중 2200억원이 올해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납품이 일부 미뤄지면서 올해 반영될 매출 일부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는 전기차 캐즘 구간이라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확히 언제부터 호실적을 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향후 캐즘 구간이 끝난 뒤 (호실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고객사 요청으로 올해 인식되지 못하는 매출은 내년에 인식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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