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1년 이상 공백 상태를 빚고 있는 한국벤처투자가 후임 대표 인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고가 나온 지 한 달 여가 지난 만큼, 유력 후보들을 중심으로 최종 면접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그동안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곳이 한국벤처투자인 만큼 어떤 인물이 선장에 앉을지에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느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대표 공모를 앞두고 여러 하마평이 무성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한국벤처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공모 이전에는 여당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 두 명이 물망에 올랐지만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들의 공백을 메운 것은 중소벤처기업부 소속의 관료였다. 유력하다는 분석에서 나아가 이미 대통령실이 인사검증을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연하게도 한국벤처투자는 지원서 접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여타 공기업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하긴 하다. 그렇다고 한국벤처투자 사장직이 정부 부처의 공무원이 내려와 업무를 맡아도 될 정도의 공공기관은 아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해 벤처투자 규모가 1조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작년 기준 10조원 이상으로 키운 주역 중 하나가 한국벤처투자다.
한국벤처투자가 조성한 모태펀드는 수많은 자펀드 결성을 이끌었고 이들 펀드 재원은 벤처기업에 공급돼 젖줄 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전세계에서 벤처투자 시장이 이처럼 발전한 국가로는 미국을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가 이스라엘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이웃나라 일본조차 최근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손을 내민다.
이 같은 벤처투자 시장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동안 한국벤처투자에 민간 출신의 금융전문가가 대표를 맡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들 대표는 그동안 정치 논리가 아닌 철저한 시장 논리에 입각해 정부로부터 받은 재정을 여러 VC에게 공정하게 분배했다. 벤처캐피탈과 벤처기업의 동반 성장이 가능했다는 점도 여러 성과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부가 갑자기 자신의 부처 출신 관료를 내려 보내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시장의 흐름에 맡겨 벤처투자 시장의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 놓았지만 이번 인사로 이를 후퇴시키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걱정이다.
중기부의 인사 방침이 이처럼 180도 달라진 것은 한국벤처투자의 전임 대표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 대표가 중기부와 전혀 조율되지 않은 돌출행동을 하다 보니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중기부 출신 관료를 강력하게 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한국벤처투자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관료출신을 내려 보내는 행위도 그다지 납득할만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한국벤처투자의 장점이 퇴색되는 부작용이 나오는 게 더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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