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세코그룹 안팎에서 무역상사인 세코글로벌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간 변방 계열사 취급을 받아온 세코글로벌이 일본의 아이신사(社)을 2대 주주로 맞게 되면서다. 세코그룹이 도요타로 거래선을 넓히는 데 있어 첨병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코글로벌은 최근 일본의 부품기업 아이신(AISIN)을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아이신은 일본 도요타그룹의 부품 계열사로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경쟁사로 통하는 곳이다.
이로 인해 세코글로벌의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세코그룹의 중추격인 서진오토모티브 단일 주주에서 양대 지배체제로 바뀌게 됐다. 서진오토모티브가 80.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아이신이 19.5%의 지분율로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그간 세코글로벌은 그룹의 본업인 차부품 제조와 동떨어진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편이다. 세코글로벌은 자동차 부품(타이어·배터리·베어링 등)을 비롯해 산업소재(유압유·친환경 폴리머 등), 소비재(식품·의류 등)를 해외로 수출하는 무역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고있다. 다만 그룹 내 물량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며, 절대다수인 95%의 일감이 GS칼텍스 등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2018년을 끝으로 사업보고서 공시가 이뤄지지 않을 만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세코글로벌이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번 완성차 강국인 일본을 대표하는 부품사 아이신을 2대 주주로 맞게 되면서 턴어라운드의 기회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코그룹이 글로벌 판매 1위인 도요타그룹으로 거래선을 다각화 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세코글로벌과 아이신과의 거래에는 비밀유지계약이 걸려있는 만큼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아이신에서 이번 증자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향후 양사간 파트너십이 어떻게 진행될 지 추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이신은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한국산 부품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1차 벤더사로서 파워트레인, 오토매틱 트랜스미션, 캠샤프트 등을 아우르고 있는 세코그룹의 부품이 아이신을 거쳐 도요타에 공급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세코글로벌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 대해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세코그룹 오너3세인 배기욱 서진캠 전무가 전면에 나섰다는 대목에서도 이번 계약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배 전무는 세코글로벌에서 특별한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음에도 이번 계약에 대주주 자격을 앞세워 '총괄대표'라는 타이틀로 참여했다. 현재 세코글로벌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CEO(최고경영자)는 박재현 대표다.
한편 세코글로벌은 이미 국내 부품의 아이신 공급을 성사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세코글로벌은 향후 5년간 금호타이어 제품을 아이신에 납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세코글로벌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부품 소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회사는)일본에서 요구하는 제품의 품질과 한국에서 생각하는 품질의 이견을 좁히는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