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휩싸이면서 우리자산운용도 초조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정하면서 우리자산운용은 계열 보험사 운용자산 이관을 통해 몸집을 키울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이번 인수 자체가 자칫 좌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자산운용은 6일 기준 전체 펀드 및 투자일임 운용자산(AUM, 순자산총액+평가액) 48조2861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 운용자산은 국내 자산운용업계 10위 수준이다.
본래 우리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 36조9741억원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월 운용자산 6조원 규모의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 뒤 채권형 펀드 영업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운용자산이 더욱 늘었다.
우리금융그룹이 비은행사업 확대 기조를 내세우면서 우리자산운용이 운용자산을 확대할 기회도 추가로 생겼다. 예컨대 우리투자증권이 8월 초 출범하면서 우리자산운용은 펀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계열사 창구를 확보하게 됐다.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 및 ABL생명 인수 결정 역시 우리자산운용의 몸집 키우기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결정으로 꼽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면 두 기업의 운용자산 상당부분을 우리자산운용으로 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국내 보험사는 계열 자산운용사에 운용자산의 일부를 이관해왔다. 전문성을 갖춘 자산운용사에 자산을 맡겨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자산운용사도 LDI(부채연계투자),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퇴직연금 등 여러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쉬워진다.
삼성자산운용은 2015년 1월 삼성생명의 일임자산 50조원 규모를 넘겨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자산운용은 6일 기준 전체 운용자산 360조2304억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운용자산 규모 3위인 KB자산운용도 계열 보험사의 자산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KB자산운용은 2020년 KB손해보험 및 KB생명보험으로부터 전체 22조원 규모의 자산을 넘겨받았다. 2021년 말에는 푸르덴셜생명이 18조원가량의 자산을 이관했다.
보험사는 대체로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자산을 자산운용사에 넘겨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주요 투자자산이 유가증권인 만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동양생명의 경우 3월 기준 30조7263억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했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 규모는 23조4104억원이다. 같은 기간 ABL생명의 운용자산 규모는 14조7010억원으로 13조736억원이 유가증권이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완료한다면 두 기업의 유가증권 자산 일부나 전부를 우리자산운용으로 이관할 길도 열리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자산운용에는 최대 36조원가량의 운용자산이 더해지게 된다.
현재 우리자산운용보다 운용자산이 많은 곳을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360조2304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203조9116억원), KB자산운용(150조7480억원), 신한자산운용(117조381억원), 한화자산운용(104조801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68조9707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64조8359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56조1686억원), DB자산운용(54조6210억원) 순이다.
우리자산운용이 10조원가량 운용자산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세 단계를 뛰어넘어 한국자신탁운용을 따라잡게 된다. 만약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유가증권 자산이 전부 이관된다면 운용자산 8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앞서게 된다.
다만 우리자산운용이 이처럼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은 8월 말 우리금융지주를 통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금융지주사가 보험사를 인수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회사 편입 심사는 사업계획 타당성, 재무 상태, 경영관리 상태 등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우리금융그룹은 현재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10월 정기검사를 통해 부당대출 의혹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비판적 태도를 잇달아 보이기도 했다. 만약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우리금융그룹에 제재를 가한다면 금융위의 자회사 승인 심사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리금융그룹의 생명보험사 인수를 몰랐다"며 "민간 계약이지만 인허가 문제가 있다 보니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를 놓고 우리금융그룹이 금융위나 금감원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것이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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