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원료의약품(API) 및 핵심의약소재 개발·제조 전문기업 엠에프씨가 본격적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스타틴 계열 의약품에서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쌓아온 만큼, 이번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실적 기반 기업이 주목받는 흐름도 엠에프씨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엠에프씨는 내달 22일 하나금융21호스팩과의 스팩 소멸 합병 승인 안건을 다루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합병비율은 1대 0.2148689, 합병가액은 9308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788억원이며 합병 기일은 11월 26일, 신주 상장예정일은 12월 중이다.
엠에프씨는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국내 시장에서, 국산 제네릭 원료의약품 공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특허를 취득한 고지혈증치료제 피타바스타틴(Pitavastatin)을 비롯해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 등 스타틴 계열 원료를 공급하며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엠에프씨의 매출은 2021년 138억원, 2022년 121억원, 2023년 17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은 2022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17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엠에프씨가 바이오기업이지만 지난 5년간 흑자를 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해 수년 간 적자를 내는 타 바이오 기업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엠에프씨는 지난 2020~2023년 사이에 5억~1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이 밖에도 엠에프씨는 이번 공모를 통해 신규 진출하는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중국 바이오기업이 미국 내 사업을 제한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중소 바이오텍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공개(IPO) 시장에 데뷔하는 바이오 벤처들의 트렌드는 크게 변했다. 과거에는 박셀바이오·큐라티스 등 신약개발을 타깃으로 하는 바이오텍들이 뚜렷한 실적 없이 '기술성'만으로 상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신약개발사에도 가시적인 실적 혹은 2상 이상의 임상 증거를 요구하며 제한적 상장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장에 성공한 10여 곳의 바이오텍 중 신약개발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은 디앤디파마텍이 유일하다.
스팩합병을 추진한 바이오텍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로 네 번째 상장에 도전한 노브메타파마는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가 지난 5월 상장 철회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반면 제이투케이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284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하는 등의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코스닥 시장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IB업계에서는 엠에프씨의 이번 합병이 무난하게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엠에프씨의 '캐시카우' 원료의약품인 스타틴 계열 제품의 향후 소비량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증권신고서 상에서 비교기업으로 언급된 애니젠, 엔지켐생명과학 등과 비교해 실적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최근 상장한 비(非) 신약개발 기업인 이엔셀이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엠에프씨의 합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반면 합병 후 재무적투자자(FI)의 오버행 이슈는 약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엠에프씨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전환사채 행사에 따른 지분 희석 반영 시 40%에 달한다. 1개월 후는 57%, 6개월 뒤는 60%다. 다만 다수의 특수관계자가 JW중외제약, 휴온스 등 오랜 기간 협업 중인 전략적투자자(SI)인 만큼 매각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기업이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는 드문 만큼, IPO 진행 시 강력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CDMO는 미국 FDA나 유럽 EMA 승인 프로세스가 까다롭고, 트렉레코드가 없는 경우 수익 발생에 최소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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