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로보틱스와 밥캣은 합병을 해야만 사업적인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올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지 명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굳이 합병을 하지 않아도 지배주주가 ㈜두산인 만큼 서로 지원하는 방향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두산에서는 연결기준 실적으로 잡히는 밥캣이 신용등급에 도움이 되는 만큼 사업적 시너지뿐만 아니라 재원 마련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26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두산의 구조개편 관련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며 밥캣과 로보틱스의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정정 공시를 요구했다.
기존 ㈜두산은 로보틱스가 밥캣의 북미, 유럽 등에 걸쳐 있을 강력한 네트워크 및 파이낸싱 역량, 경영인프라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밥캣의 생산시설 자동화 확대에 따라 해당 시설에 대한 협동로봇 제품 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로보틱스의 매출 증대도 긍정적 효과라고 주장했다. 밥캣 역시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너지 효과가 대략적으로만 밝혀지면서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이지 않은 시너지 효과만 주어지다 보니 주주들은 적자 회사인 로보틱스와 1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밥캣의 주식교환을 반대했고, 결국 포괄적 주식교환이 철회됐다.
시장에서도 ㈜두산이 제시한 밥캣과 로보틱스의 시너지 효과가 로보틱스에 자금 수혈을 하려는 명분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합병을 하지 않더라도 최종 지배주주가 두산인 만큼 충분히 양사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밥캣 배당금의 주체를 에너빌리티에서 로보틱스로 변경하기 위한 것일 뿐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로보틱스가 상장하면서 발표한 M&A의 경우도 지연되면서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더욱 사라지게 됐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로보틱스의 미래를 위해 밥캣을 합병시키지만 아직 선제적인 투자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로보틱스는 2023년 250억원, 2024년 2350억원 2025년 250억원 등 총 2850억원을 타법인 투자자금에 쓴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AMR(자율주행로봇)을 인수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아직까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두산이 시너지에 대해 명쾌히 밝히지 않고 있어 신뢰를 쌓기 어려워 보인다"며 "단지 지배구조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명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금감원에서도 계속 반려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아직 IPO 당시 현금을 쓰지 않아 M&A할 수 있는 재원은 확보된 상황"이라며 "사업적 시너지도 있겠지만 밥캣이 로보틱스의 연결실적으로 잡힌다면 신용등급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해 차입을 할 경우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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