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두산이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정정공시 요구에도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조정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당 부문의 수익가치가 상승하면 로보틱스에 대한 ㈜두산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데다, 로보틱스의 경우 밥캣에서 확보할 수 있는 투자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두산은 7월 11일 밥캣을 로보틱스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이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데다 시너지 효과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며 같은 달 24일과 지난달 26일, 두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은 밥캣과 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철회했다. 다만 밥캣과 로보틱스의 수익가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분할신설법인은 비상장사인 만큼 자산가치의 40%와 수익가치의 60%를 가중평균해 구하는 본질가치법이 적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계상하면 분할신설법인의 자산가치는 1만219원, 수익가치는 1만223원으로 산정돼 1만221원의 합병가액이 산출된다. 반면 로보틱스는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8만114원의 합병가액이 산출됐다. 이에 분할신설법인과 로보틱스의 분할합병비율은 1대 0.0315651로 정해졌다. 즉 에너빌리티 주주는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031주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분할신설법인의 자산가치가 낮게 측정된 건 보유하고 있는 해당 부문의 유일한 자산인 밥캣의 가치를 기준시가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신설부문의 수익가치는 곧 밥캣의 수익가치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에서도 밥캣의 가치를 현금흐름할인법 및 배당할인법 등 다른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 10%내에서 할증 및 할인을 적용해 분할신설법인의 가치를 올리거나 로보틱스의 가치를 내릴 수 있다는 점도 금감원에서도 이런 조치를 요구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두산이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해당 부문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로보틱스에 대한 ㈜두산의 지배력이 떨어지는 만큼 ㈜두산이 지배구조 재편안을 내놓은 이유 중 하나인 밥캣 지배력 강화 효과가 희석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기준 밥캣의 잉여현금흐름은 8649억원이다. 잉여현금흐름이 매년 지금처럼 영구적으로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1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면 주주가치는 3조8760억원에 달한다. 이럴 경우 합병가액은 1만8760원이 나온다. 기존 합병가액에 비해 83.5% 증가한 금액이다.
㈜두산의 원안대로 로보틱스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을 계산하면 59.2%인 반면, 계산한대로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측정한다면 지분율은 54.2%로 5%포인트 하락한다. 로보틱스에도 할인이나 할증을 적용한다면 지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밥캣에서 시작해 로보틱스를 거쳐 ㈜두산으로 향하는 배당금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 밥캣은 에너빌리티에 2022년 921억원, 2023년 753억원 등 꽤나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두산에서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조정한다면 지배력이 약화되는 만큼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며 "시간이 지나가 논란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두산의 명분은 미래 가치인데 실제 그 가치가 얼마인지 ㈜두산이 제대로 주주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두산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직접적으로 수익가치를 조정하라고 한 게 아닌 만큼 자사도 전반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외부에 밝힐 만한 것 없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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