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상장 당시부터 천명하던 로봇 기업 인수합병(M&A)이 지지부진하다. 당초 2850억원을 로봇 기업 인수자금으로 쓴다는 계획이었으나 1년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으로 그간 검토하던 M&A 진행이 사실상 '올스톱'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상장하는 과정에서 마련한 자금 중 2850억원을 '타법인 인수자금'으로 배정했다. 2023년 250억원, 2024년 2350억원, 2025년 2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당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주력 사업인 로봇-암(Robot-Arm)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AMR) 분야에 주목했다. 이에 두산로보틱스는 유럽 물류 로봇 솔루션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지분 투자를 제안했고, 해당 업체는 두산로보틱스의 제안에 대한 내부검토에 들어갔다. 두산로보틱스는 "전략적 제휴, 합작 투자, 소수지분 투자, 인수,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포함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그 중 일부는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고 투자설명서에 기재했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년간 M&A를 한 건도 추진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지분투자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인 2350억원을 타법인 투자에 쓸 계획이었으나 9월이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 2월 두산그룹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회사 두산인베스트먼트가 펀드 '두산신기술투자조합 1호'를 결성할 때 16억원을 출자했을 뿐 자체 M&A는 없었다. 두산로보틱스의 마지막 지분투자는 지난 2022년 무인 음료 제조시스템 전문기업 플레토로보틱스이다. 당시 투자액은 24억원이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인베스트먼트에 총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한 만큼 잔여 투자 약정금액 184억원을 투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두산로보틱스의 M&A가 지연된 배경에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간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기에 M&A보단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새판짜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두산로보틱스의 타법인 투자 자금이 다른 기업에 비해 큰 규모가 아닌데, M&A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 투자 의사결정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최근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도 진행되고 있어 관련 이슈가 마무리된 후에나 M&A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하면서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일정도 순연될 전망이다. 따라서 두산로보틱스의 M&A 시점이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회사 사업과 시너지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에 추진하던 방향성이 달라진 것은 아니고 좀 더 구체적으로 결정된 후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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